도보사랑 네 번째 생일
2009. 4. 23. 13:11ㆍ충청
국토 중앙 충주에서 동서로 직선을 그었었다.
요란한 자동차길, 호젓한 산길, 그윽한 숲길.
논둑길, 밭둑길, 마을길, 때로는 철길.
비, 바람, 눈, 햇볕, 저녁 어스름, 새벽달.
절뚝거리는 다리, 허기진 배, 끝없이 이어지는 길.
지친 몸과 마음을 한방에 날려 보내는 한잔 술.
낯설게, 정겹게 다가오는 산과 들과 마을과 사람들.
울진 망양정에서 동해바다를 보았다.
만리포에서 소주잔을 털어 넘기니, 간제미 회가 입 안에서 녹았다.
돌아오는 길에 얻은 이름.
도보사랑.
Dobo Love.
걷고 걷는 발길에 깃드는 사랑.
주는 가슴에, 나누는 가슴에, 안아주는 가슴에 고이는 것.
머리보다는 가슴에, 말보다는 몸짓에 언뜻언뜻 묻어나는 것.
‥‥‥.
남해에서 충주, 충주에서 철원까지는 3번국도를 따라갔다.
봄비 속에 흥얼거렸고, 보름달 아래서 막걸리도 마셨다.
땡볕에 그을린 얼굴을 때리는 여름 빗발은 단맛이었다.
가끔씩 희희덕거렸다.
철원에서 군인들이 길을 막는다.
압록강 푸른 물에 대한 그리움을 기약 없는 기약에 담았다.
산길, 숲길, 마을길, 들길, 이리저리 도보사랑.
2009년 4월 22일.
아주 조촐한, 네 번째 생일잔치.
범바위 느티나무 아래서 향산리를 거쳐 싯계까지.
호림산장에서 매운탕.
노루목을 지나 싸리고개까지.
지난 얘기로 웃고, 앞날 얘기로 가슴을 부풀렸다.
홈페이지 수리도 하고, 유월 셋째 주에 대승령 한번 넘자.
유주막 강물에 가로등 불빛이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