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5. 12:50ㆍ충청
아득한 옛날에,
비가 엄청나게 내린 적이 있었다.
속리산 자락 하나가 떨어져 달천을 타고 떠내려 왔다.
남한강 가 반송산 아래 한 도인이 주문을 외고, 얍! 하고 외쳤다.
산덩이 하나가 날아간다.
달천이 남한강과 만나는 물가에 두 산덩이가 합쳐져 섰다.
논밭과 마을로 넘치는 물길을 막았다.
속리산에서 떠내려 온 산속에 개 한 마리가 있었다.
비가 그치고 넘치던 물이 빠지자, 개가 충주시내로 들어갔다.
개가 들어온 문, 견문산(犬門山).
세월 속에 점 하나가 떨어져 대문산(大門山).
신라 진흥왕 때, 대가야 사람 우륵(于勒)이 여기에서 제자들을 길렀다.
계고와 법지, 만덕에게 각각 가야금과 노래와 춤을 가르쳤다.
처음 열두 곡에 다섯 곡 더 그리고 궁중음악으로 발전하여 모두 185곡.
가야금을 타는 동산, 탄금대(彈琴臺).
반송산 아래 절에서 도를 닦던 김생(金生)은 왕휘지와 맞먹는 글씨를 남겼다.
통일신라 강수(强首)는 유학을 공부하였고, 뛰어난 문장을 날렸다.
부끄러운 것은 가난하고 천한 것이 아니라 도를 배우고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정을 쌓은 대장간 처녀와 혼인했다.
임진왜란 때 신립은 이곳에 배수진을 쳤다.
활시위를 식히려고 열두 번 강물을 오르내렸다.
식민지시대 권태응은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 동요를 지었다.
탄금정, 열두대, 노래비, 야외음악당, 문화원, 활터, 사찰, 옛일 기리는 비석들.
우륵문화제, 가야금경연대회, 글쓰기대회, 휘호대회, ‥‥‥ 오늘을 닦는 마당들.
오랜 세월, 절절한 사연이 서려 있는 탄금대.
충주지역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의 단골 소풍지.
물가 작은 동산에 숲이 잘 가꾸어져 있다.
목행 쪽으로 난 강변길은 산책로 겸 자전거도로.
잔디가 깔린 축구장과 그 옆 테니스장은 올 봄에 뜯겼다.
유엔평화공원, 유엔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단장하는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음성에선 마라톤대회 이름이 바뀌었다.
품바마라톤대회→품바마라톤대회겸반기문마라톤대회→반기문마라톤대회
음성군에서 태어나 충주에서 학교를 다닌 유엔사무총장 이름이 반기문.
현직 유엔사무총장 이름이 품바를 밀어냈다.
자연스런 약육강식, 유엔평화.
가야금 소리 평화롭던 탄금대에 또 한 사람의 이름이 보태지고 있다, 평화스럽게.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면 탄금대 숲속 길을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을 넘길 수가 있다, 평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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