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는 말할 수 없다.[영월 어디]

2009. 8. 6. 14:48강원

바람결엔 듯 찾아와 머릿속에서 맴도는

강원도 어느 골짜기 이름.

인터넷 검색 그리고 1/50,000 지도를 살피며

수도 없이 궁리하다가 길을 나섰다.

2009년 8월 5일.

충주에서 두 시간 채 안되게 달려와 자동차를 세워두고 골짜기 입구를 찾았다.

장마 끝을 알린다던가 참나리 꽃이 실하다.

기운찬 물소리가 뜨거운 햇볕을 밀어내는 골짜기로 들어선다.

물가로 이어지는 길에는 누군가 지나다닌 자취가 묻어 있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햇빛과 노닥이고 있을 뿐

사람은 그림자도 없다.

깊은 산속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시냇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시냇물은

멋들어진 소나무 산 빛과 하늘빛 하얀 구름과 어울리며

그 빛을 담아내며 제 갈 길은 간다.

시냇물은

잔잔하게 흐르면서 바위에 부딪치면서 빛깔로 소리로

나그네 몸을 휘감는다.

야~!

와~!

아~!

놀라고 또 놀라고 터지고 또 터지는 탄성.

동행한 최랑과 김랑 또한 어쩔 줄을 모른다.

외줄을 타고 내를 건너 숲을 헤집고 새로운 골짜기로 들어간다.

세상에나~!

이런 게 숨어 있다니!

크고 작은 바윗덩이 사이를 흐르는 물

크고 작은 폭포와 웅덩이들.

옆에서 먼저 꺼내는 말

점입가경(漸入佳境)!

가면 갈수록 기가 막히는 멋진 풍경.

세상 곳곳에 옛 선비들이 이름 지어 놓은 '○○구곡' 하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말 그대로 세속에서나 있는 일이다.

어느 누가 감히 이곳에다 속된 이름을 붙이리오.

 

 

옷을 훌훌 벗고, 풍덩 또 풍덩.

몇 벗이나 벗어 던졌던가?

그렇게 알몸으로 잠겨 있는 동안에

나는 내가 아니고 물이었다.

아니 산이었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저 거기 그렇게 있었다.

 

거기가 어딘지는 말할 수가 없다.

 

 

'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게 아닐까[오두재 너머 회촌]  (0) 2009.11.29
점입가경  (0) 2009.08.06
십이선녀탕  (0) 2009.06.22
안산 너머 십이선녀탕  (0) 2009.06.22
선자령 영상  (0) 2009.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