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29. 21:36ㆍ강원
2009년 11월 28일. 개었다 흐렸다.
초겨울 아침 공기를 헤치며 덕동계곡에 들어선다. 한여름 사람들이 북적였을 자리에는 낙엽이 뒹굴고, 앙상한 가지들은 허공에서 가끔씩 흔들거린다. 물은 더욱 맑고, 찬 공기에 얼굴을 씻은 바위는 말없이 앉아 있다. 회색 숲 여기저기에는 푸른 연기가 일듯 소나무들이 박혀 있다. 골짜기를 따라 기도원, 수양관, 민박집 등이 있고, 포장도로 끝에 원덕동 마을이 있다. 폐교된 학교 건물이 보이고, 구멍가게가 보인다.
마을을 벗어나서 구불구불 올라가는 임도. 한갓진 산속에서 두런두런, 가끔씩 폭탄웃음을 터뜨리며 걷는다. 오두재에서 점심밥. 반주를 곁들여 한참 동안을 노닥이다가 강원도 땅으로 넘어간다. 회촌골이다.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회촌마을. 고개를 넘기 전 덕동마을처럼 시래기를 처마 밑에 죽 매달아 말리고 있다. 어느 집 마당에서는 콩 타작을 하고, 텃논에서는 연로하신 할머니께서 가을걷이 뒷설거지로 불을 놓으신다. 큰길 쪽 마을 입구에는 박경리 토지문학관, 회촌민속관, 매지농악전수관, 회촌달맞이광장, 회촌음식체험장, 흙처럼아쉬람 등 '회촌문화역사마을'의 면모를 알려주는 마을안내지도가 큼직하게 서 있다.
한껏 여유를 부려본 하루.
몸과 마음이 홀가분하다.
일상에서 겪는 온갖 갈등과 번민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었을 때
커다란 섭리를 거스르며 살아갈 때
찾아오는 게 아닐까?
가끔씩 이렇게
일상에서 벗어나 노닐다 보면
잊었던 무엇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섭리를 따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 충주 - (직행버스) - 평동 - (택시) - 덕동계곡 입구 - 덕동계곡 - 오두재 - 회촌골 - 매지리 - (원주시내버스) - 귀래 - (직행버스) - 충주 / 유병귀, 최광옥, 임성규, 이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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