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8. 22:53ㆍ섬
― 섬이 긴 뱀처럼 생겼다.
― 섬 해안 돌출부가 모두 뱀같이 생겼다.
― 섬에 뱀이 많다. 뱀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산토끼나 꿩은 없다.[가겟방 할머니의 말씀, "예전에는 뱀이 많고, 꿩이 없었다는데 요즘엔 뱀이 줄어들었고 꿩도 있다. 사람들이 뱀을 많이 잡았다."]
― 어사 박문수가, 고성군 하일면 문수암에서 이 섬을 바라보며, "두 섬 모양이 짝짓기 전 뱀처럼 보인다."
― 어떤 남자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져 상사병을 앓다가 죽어 뱀이 되었다.
― 윗섬[상도]과 아랫섬[하도] 사이에 흐르는 바닷물이 꼭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 하늘에서 보면 윗섬과 아랫섬이, 뱀이 개구리를 입에 넣으려는 모양을 하고 있다.
― 윗섬을 동서로 가로지른 산줄기 서쪽, 돈지마을과 내지마을의 경계에 있어 두 마을의 공통지명을 따서 지리산(池里山).
― 날씨 좋은 날, 멀리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능선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망산(智異望山).
― 요즘은 그냥 지리산.
― 산 남쪽 바위벼랑이 사다리를 세운 듯한 바위로 되어 있어 '새드레산' 또는 '새들산'. '새드레'는 사다리를 뜻하는 이곳 사투리.
8월 17일, 경남 통영시 사량면 사량도(蛇梁島).
윗섬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리산 ― 달바위 ― 가마봉 ―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오르락내리락 험한 바윗길, 두 발로, 네 발로, 밧줄도 타고, 줄사다리도 타고.
엷은 바다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햇볕을 살짝 가려주기는 하지만 엄청나게 덥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훔치며, 사방에 펼쳐지는 바다와 섬들을 바라보며, 한가로이 걷다가 쉬다가.
여기저기 염소 똥이 흩어져 있다.
어떤 사람이 염소를 방목하고 있단다.
곳곳에 땅이 파헤쳐진 것은 분명 멧돼지 짓일 터.
배를 기다리며 음료수 한 잔.
가겟방 할머니도 멧돼지가 농작물을 망쳐 놓는다는 말씀을 하신다.
사량도에서 땀을 흘리고, 통영시내에서 생선회에 소주.
이튿날 미륵도 달아공원, 여전히 호수 같은 바다, 다시 한참 넋을 놓는다.
이 산 저 산 사이사이에 물이 고여 있는 건가, 너른 바다 여기저기에 산이 떠 있는 건가.
바닷물이 저렇게 고요할 수가 있나!
충주호 물결보다도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는 나그네 가슴속에 오히려 파도가 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바다에 혼을 빼앗겼을까.
한없이 맑고, 한없이 잔잔한 바다.
통영 앞바다는 바다가 아니라 호수다.
충주로 돌아오는 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음.
올 들어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독재와 싸웠고, 못된 사람들의 끊임없는 핍박 속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남북화해를 위해 커다란 자취를 남기신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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