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실과 산성과 남한강 푸른 물 그리고 메밀전병[영월 계족산]

2012. 9. 24. 23:53강원

강원도 영월군 덕포리와 정양리, 연하리에 걸쳐있는 계족산.

산의 모양이 닭의 발처럼 생겼다고 해서 계족산이라고 하며, 정양산(正陽山)이라고도 한다.

영월천연가스발전소 옆 주차장에서부터 올라가는 길에 내려다보이는 남한강 푸른 물이 시원스럽다.

  

가쁠 틈도 없이 두어 발짝 올라서니 ‘정종대왕태실’이 나타난다.

분명히 ‘정조대왕태실’이라고 알고 왔는데 ‘정종대왕태실’이라니?

다시 알고 보니, 우리가 ‘정조(正祖)’로 알고 있는 조선조 22대 왕의 시호는 ‘정종(正宗)’이 맞다.

1897년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나라 이름을 바꾸면서 고종 임금이 황제로 즉위했다.

이 때, 역대 왕들의 시호 또한 바뀐 것이다.

태조 이성계는 태조고황제로, 영종은 영조로, 정종(正宗)은 정조(正祖)로.

종(宗)과 조(祖)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종(宗)보다는 조(祖)가 격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까 국격을 올리면서 역대 왕들의 시호를 올린 셈이다.

조선 2대 왕의 시호도 정종이지만 한자가 다르다.

2대왕은 定宗이고 22대 왕은 正宗.

테실은 정조의 뒤를 이은 순조 원년에 만들었다고 하며, 비석에는 정종대왕태실이라고 새겨져 있다.

 

태실을 뒤로하고 남한강 푸른 물을 내려다보며 걷다보니 왕검성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그러나 발굴조사중인 이유로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왕검성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다.

삼국이 한강 유역을 놓고 싸우던 5세기말∼6세기 초에 축조된 것이라는 이야기.

남쪽에서 오는 신라를 막기 위하여 대야산성, 온달성, 봉래산성 등과 함께 고구려가 쌓았다는 이야기.

고려 시대 왕검무사가 쌓았다는 이야기, 거란의 침입을 막기 위해 검왕이 쌓았다는 이야기.

강 건너 태화산성과 함께 얽혀 있는 오누이 이야기.

어쨌든, 험준한 산의 장벽을 피하여 남한강을 따라 아래위로 오갈 수 있는 요충지에 산성이 있다.

정양산, 정양산성이라는 이름은 고려 공양왕 2년(1390)까지 있었다는 ‘정양역’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산성은 2003년 6월 2일 사적 제446호로 지정.

 

쉬엄쉬엄, 아무도 없이 우리 일행 셋이 호젓함을 맘껏 누린다.

이따금 ‘삭도 쉼터’ 안내 표지가 보인다.

도대체 뭔 얘긴가? 하다가 올라선 등성이에 쉼터가 있다.

쉼터에 삭도의 잔해가 생생하게 남아 있다.

 

* 삭도[索道 Cabl car]란 지주탑을 세우고 강철선에 매달린 운반함을 순환시켜 석탄을 운반하던 시설. 1934년 영월군 북면 마차리 탄광에서 영월화력발전소까지 12Km 삭도를 설치하여 석탄을 운반하였다. 우리나라 케이블카의 원조. 솔개와 비슷하여 소리개차라고 하였다. 이곳에 있는 삭도 잔존물은 1966년에 설치되었고, 영월화력발전소 석탄재를 계족산 매립지로 운반하다가 1976년 쯤 폐지된 시설이다.[쉼터 안내판]

 

쉼터를 지나 연달아 나타나는 뾰족 봉우리들.

저 아래엔 푸른 강물이 흐르고, 몸에선 비지땀이 흐른다.

다섯 번째인가 봉우리에 표지석이 있다.

계족산[해발 890m]

뱃속에 점을 찍고 뾰족봉우리를 하나 더.

저기쯤이 장릉이고 청령포일 것

계족산은 장릉의 안산이라고 한다.

저기에서 동강과 서강이 만난다.

 

높고 푸른 하늘, 하얀 구름, 묵직한 가을 산 빛, 여무는 가을 햇볕.

추석을 한 주일 앞둔 휴일에 영월 계족산에서 마음껏 노닐다.

영월읍내 서부시장 메밀전병을 외면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메밀전병 먹으면서 막걸리를 무시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

 

2012년 9월 22일 토요일 최광옥 신종선 이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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