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볼2

2018. 11. 18. 21:29강원

 

 

윤수와 함께 횡성호 둘레길 찾아가면서

펀치볼 얘기를 하다가 아예 목적지를 바꾸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인제-원통-서화-펀치볼은

나의 군생활 꿈같은 추억들이 서려 있는 곳

이 고지 저 능선을 두리번거리며

이런 저런 옛일을 떠올려 떠들다 보니

어느새 펀치볼이다

먼지 풀풀 날리던 신작로는 포장도로가 되었고

아주 엄격했던 출입통제는 흔적도 찾기 어려워졌다

최전방 오지라는 느낌 대신 이웃 마실하듯

가깝게 다가오는 이것은 무엇인가

펀치볼 시래기 유명세에 호응하여

시래기 정식으로 점을 찍고

을지전망대에 올라 지척으로 다가오는

갈 수 없는 곳

비무장지대 너머 북방한계선 너머

오로지 첩첩이 산 산으로만 이어지며

아득하게 멀어져가는 북녘의 적막함을 바라보다

저기 무산 봉우리 옆으로 멀지 않은 하늘 아래 선명한

이쁘게 삐죽삐죽한 금강산 서너 봉우리를

바라보고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

저 아래 펀치볼 널직하게 움푹한 모양새는

또 어떠한고

이 험한 산속에 저렇게 훤한 하늘이 있고

분단의 현실이 있고 초겨울 가벼운 냉기가 있고

맑은 하늘 맑은 햇빛이 있고 산 위에서

두리번 두리번 서성이는 나그네가 있다

내려와야만 하는 발걸음을 달래며 실살

다시 펀치볼 마을 그리고 제4땅굴 그리고

다시 마을에 들러 시래기 한 상자를 구입하다

돌아오는 길은 양구-춘천-원주-충주

북한은 펀치볼 관광사업 지원책으로 땅굴을 팠는가

안보관광 명분으로 사람들을 부르는 펀치볼

새로운 특산품이 빛나고 새로운 기운이 꿈들대는

펀치볼에서 격세지감을 실감하다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가리[인제]  (0) 2019.07.22
만항재-함백산-꼴두바위  (0) 2019.06.01
덕항산(1,072)  (0) 2018.10.27
모운동 산꼬레데이길  (0) 2018.10.20
마대산(1,052)  (0) 2018.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