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엔 술 가슴엔 달[2019년 추석]

2019. 9. 13. 23:04충청

 

한 이레쯤 가을장마에 강한 태풍까지 더하여 궂은 하늘을 보이더니, 오늘 추석날엔 그지없이 맑고, 햇빛은 야무지게 여물어간다.

 

차례 지내고, 성묘하고, 어른들 찾아뵙고, 어울려 한잔씩 나누고, 손님도 맞고, 하늘에 뜨는 달을 바라보며, 소소한 바람결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다.

 

이른 추석이긴 하나, 하늘도, 바람도, 산빛도, 들빛도, 오고가는 사람들 얼굴빛도, 소슬바람 타고 퍼지는 달빛도 모두가 추석 빛이다.

 

잊었던 이름들이 만들어 낸 사연들에 귀를 모으고, 저도 모르게 간수하던 가슴들을 저도 모르게 풀어내며 떡을 빚고, 전을 굽고, 상을 차리고, 권하고, 부르고, 그렇게 어우러지는 추석.

 

설레는 어린 가슴으로 오고가던 아련한 마을 길도, 달빛에 젖고 풀벌레 소리에 묻혀 넘던 고갯길도, 달라진 명절 분위기에 허전해 하며 어정이던 고향길도.

 

또다시 그 길 위에 발걸음을 얹는 가슴에 달빛은 가득하고, 널다랗게 텅 빈 하늘엔 저게 술빛이런가. 2019년 9월 13일. 이렇게 올 추석을 걷다. 충주시 대소원면 매현리/연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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