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의 고장[김제 만경 능제]
2021. 3. 5. 20:53ㆍ카테고리 없음
2021년 3월 5일 금요일. 전라북도 김제시 만경읍 만경초등학교 앞에 있는 능제 저수지 둘레와 주변 들판을 걷는다. 데크로 된 물가 산책로를 걷고, 자동차 도로를 걷고, 농로를 걷는다. 12.66Km.
저수지가 엄청나게 넓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바이칼 호수를 만났을 때와 같은 느낌이라면 과장일까. 넓디넓은 저수지에 봄이 흐른다. 생동감 넘치는 봄기운이 흐른다. 아침 햇빛이 비치면서 안개가 걷히고, 물비늘이 일렁인다. 겨울 철새들이 떠다니고, 푸른 기운을 머금은 실버들 가지가 살랑거린다. 연꽃이 필 무렵이면 볼 만하겠다는 생각도 한다.
벌판에도 논밭에도 온통 봄기운이다. 데크 길 끝에서 작은 마을을 지나니 자동차 도로다. 한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앞질러 간다. 무심코 가다 보니 길가에 오토바이가 서 있고, 바로 옆에 아저씨가 앉아 있다. 엉덩이를 도로 쪽으로 내놓고 큰 볼일에 몸과 마음을 집중하는 아저씨. 오토바이 핸들 양쪽에 꽃다발을 꽂고 다니는 멋쟁이 아저씨. 혹 방해가 될까, 건너편 길가로 발길을 옮긴다. 눈치 채지 못하도록 잽싸게, 조용히. ㅎㅎㅎ.
자동차 도로에서 농로로 들어선다. 외진 곳에 들짐승 똥 무더기가 몇 있고, 야생 열매 씨앗들이 섞여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걸 먹이로 했는지 쉽게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지평선의 고장이라더니, 지평선고등학교라는 학교 이름이 보이고, 고속도로, 일반도로, 농로, 자동차 소리, 공사판, 논밭, 크고 작은 마을들. 끝없이 너른 벌판. 저수지 둘레를 어림잡아 처음 그 자리를 향한다. 이미 잠깐씩 헤매긴 했지만, 확실하게 할 요랑으로 길을 물을 적마다 아주 친절하고 정감이 넘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