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반데기[강릉]

2022. 6. 9. 22:35강원








2022년 6월 9일 목요일. 고랭지 채소로 이름난 안반데기를 걷다.

대관령면 소재지인 횡계를 벗어나 구불구불 산길로 들어서면서부터 험한 산세와 청정한 기운에 저도 모르게 감탄이 이어지고, 피득령 고갯마루에 올라서자마자 어마어마하게 펼쳐지는 풍경에 넋을 놓는다. 해발 1,000m가 넘는다는 산꼭대기에 어쩌면 저리 넓은 경작지가 있단 말인가.

이리저리 구불거리는 길을 걷는다. 고르포기산 마루(1,238.3)는 길에서 두어 발짝 거리에 있다. 멍에전망대, 고루포기전망대, 일출전망대, 성황당, 운유촌 등등. 강릉 바우길 리본이 보이고, '올림픽아리바우길', '울트라바우길', '안반데기운유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산등성이에 늘어선 풍력발전기들은 느릿느릿한 몸짓을 뒤척이고,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잘 정돈된 밭이 너울져 흐른다. 거의 빈 밭들이고, 손가락만 한 잎을 피운 채소가 심긴 밭이 더러 있다. 일꾼들이 들어선 밭도 두엇 있다.

밭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색다른 노랫가락이 들려온다. 귀를 기울여 보니, 히말라야 산속에서, 아니면 동남아 어디에서 들었던 가락이다. 그때 그들이 부르던 노동요 가락이 저랬다.

성황당을 둘러보고 간다. 일꾼들이 밭 가에 자리를 잡고 새참을 먹고 있다. 들리는 말소리가 한국말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구나.
 
안반데기: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해발 1,100m 고산 지대에 있다. '안반'은 '떡을 치거나 반죽을 할 때 쓰는 두껍고 넓은 나무판'을 이르는 말이고, '데기'는 '언덕'이란 뜻을 가진 사투리라고 한다. 이곳 지형이 그렇게 생겼다는 얘기다. 1965년 즈음부터 개간되었고, 1995년부터 주민들이 정착하였다고 한다. 여기에도 둘레길 열풍이 불어왔고, 구름(雲)이 머물러 노는(遊) 곳이라고 해서 '안반데기운유길', '운유촌'이라고 했다. 그만큼 높은 곳이고, 선경이라는 얘기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대기리: 한터, 큰터라고도 한다. 그 뜻을 한자로 적어 대기(大基), 대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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