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7. 09:06ㆍ충청
때 아닌 눈이 펄펄 내린다.
전 선생님들이 모여 새 학년 업무분장을 발표하는 자리.
창밖으로 펄~펄 봄철 눈이 내린다.
옥순봉 건너편에 둥지산이라고 있다는데,
저렇게 눈발이 날리는 지금 거기 풍경을 어떨까.
괜히 술 취한 듯한 기분에 한 잔 하고픈 분위기다.
어수선한 일정을 서둘러 마치고
칠금동사무소 앞에서 차를 탄다.
옥순대교를 지나 휴게소가 있는 주차장.
눈이 아닌 비를 맞으며 길을 시작한다.
산 속이면서 산길이 아닌 것 같은 호젓한 길을 걸으며 봄비를 맞는다.
“좋다.”
서너 번 고개를 지난 능선에서 오른 쪽으로 오르니
둥지산이다. 아니, ‘둥지봉’
가랑잎처럼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휘적휘적 걷다가
자그마한 급경사를 오르니 둥지봉이란다. 해발 430미터.
눈으로 바뀌어 흩날리는 송이 송이들을 즐기며 차가운 김밥을 맛있게 먹는다.
어떤 놈에게 전화를 걸어,
“야, 어디 어디 책상 서랍에 내 사진기가 있으니, 그 것 좀 갖다 줘.”
감탄에 겨워 농을 던졌더니,
“아니, 내 책상 위에 내 사진기 놔둘 테니 갖다 쓰세요.”
한 수 더 뜨는구먼.
허허 웃고 펄펄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맞는다.
급경사 내리막 밧줄에 정신이 없는데,
“아~!”
잎에서 터지는 소리에 멈칫한다.
‘세상에~!’
허공에 내리는 눈발이 멋있다지만,
고창읍성에서 펄펄 휘날리던 눈발도 맞아 봤지만,
신선봉 능선에서 허공 속에 가물가물 내리는 눈발들도 맞아보고, 바라보았었지만,
아~! 저 밑에는 또 물이 있네!
산과 허공과 흩날리는 눈발과 거기에 물, 호수라~!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다.
둥지봉에 새바위라.
둥지에 새가 있으면 새알이 있어야 하나?
저 쪽에 보이는 바위는 영락없는 새알이다.
‘저 바위는 포암산 베바위 못지않은데‥‥‥.’
이젠 사진기를 찾지 말자.
내 얘기 듣고 그 풍경까지 보고 싶으면
내 가슴 헤집어 까발리고 들여다보아라. 거기 있을 거다.
아니면 여기 와 봐라. 요렇게 눈이 내릴 때.
장화나루에서 놓아 떠다니는 관광선의 안내 방송을 들으며,
눈이 바뀐 비를 맞으며,
싫지 않은 물가 능선들을 느긋한 걸음으로 넘는다.
아~! 2월의 마지막 날,
우리 교사들로 보면 새 학년 시작 전날,
그런 의미를 두고 눈을 뜬 날,
내일, 새 날을 그리며 걸음을 접는다.
(200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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