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항리에서

2008. 2. 27. 09:29충청

아!

저거이 제비봉 저 건너는 말목산.

오목한 하늘 안고 사는 두항리 마을.

옛날 어느 장수가

한 발은 제비봉에 한 발은 말목산에 디디고서 강물을 마셨단다.

저 물 건너에 두향이 묘.

두항리 마을에서 태어난 두향은

풍류 도반 퇴계를 연모하여 강선대 아래 유서를 묻었단다.

충주에서 술잔 기울이던 어느 한량들이

바다 구경하자고 울진으로 걸어가면서 두향이 얘기하였었지.

둥지봉에서 하염없이 날리는 눈발에 넋을 잃다가

두향이 묘를 지나며 비를 맞았었지.

익어가는 봄.

철을 맞아 사방이 푸르른 봉우리.

푸르른 허공.

두 눈은 복에 겹고 말이 모자라 입이 괴롭다.

어린 넋들 활개 치던 빈 운동장.

축구 골대와 놀이기구가

벗겨지는 페인트 껍질을 간신히 달고 있다.

감자 싹이 무성하고

호밀 이삭들은 바람에 흔들리리고

불두화 둥글둥글 탐스러운데.

도회지 아이들 2박3일 수련활동.

푸른 숲에 스며드는 티없는 웃음소리

맨살 간질이는  푸른 바람결 .

 초등학교 2학년 어린 아이가

어린 동생 손을 잡고 바람결에 뒤섞인다.
고운 작약 향기로운 아카시꽃

산과 숲과 바람과 꽃과 도회지에서 온 사람들.

바람처럼 너울거리는 아이들.

(2006. 0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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