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1. 19:10ㆍ충청
마음속 여운이 깊고 길다. 덤덤하게 기다렸는데, 담담하게 맞은 자리였는데. 그렇게 만나서 이야기하고, 술잔 나누고, 노래도 하고 헤어졌는데. 아, 잠깐 눈시울이 젖었었나?
20여 년 전. 암울한 시절. 파란만장하고 모진 세월. 잔인하고 무지막지했던 사람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손잡고 일어선 교사들. 맑은 마음으로 하나의 뜻을 기렸다. 무자비한 탄압에 맞서 서로를 보듬으며 몸과 마음을 함께 추슬렀다. 그렇게 노동조합 깃발은 올라갔다.
20 년 세월. 대량 해직과 사나운 소용돌이, 후원회, 복직, 충주지회, 그리고 이런저런 애증도 있었다. ‥‥‥. 많이는 충주에, 더러는 청주에. 경기도 어디에 ‥‥‥. 바람결엔 듯 소식이 들리곤 하더니 모처럼 알뜰하게 연락이 닿아 한 데 모였다.
지난 8월 정년퇴임하셨고, 곧 미국으로 떠나는 김광택 선생님. 말기 암, 지독한 병마와 씨름하고 있는 권영국 선생. 유병귀 박종순 김익중 박현자 이성균 이선희 윤정숙 오경희 최광옥 박범열 권순영 김이동 ‥‥‥ 선생님들.
이튿날, 혼자서 남산에 올랐다. 겹겹이 멀어져가는 산바다를 둘러보며 시원한 산 공기를 들이마셨다. 대중목욕탕에서 몸을 씻으며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 같았다. 몸과 마음이 개운해졌다. 숙면 끝에 일어난 오늘 아침, 상쾌한 출근. 메일 확인. 유 선생님 블로그에서 그저께 모임 사진을 복사해서 내 불로그에 올렸다. 그리고 오늘 저녁, 길게 이어지는 여운의 꼬리를 잡아 몇 자 적는다.
김광택 선생님 장도에 하느님 함께 하시기를 빌면서, 권영국 선생님, 그 굳센 기상으로 병마 확 물리치시기를 빌면서, 함께 한 선생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일 많이 맞으시기를 빌면서. - 2008년 12월 1일. 이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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