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봉 발티재 발티마을

2008. 12. 14. 23:31충청

가볍게 한 걸음.

발치봉에 올랐다가 발치재로 내려와서 발티마을로 왔다.

 

 

발치봉은 해발 550 미터로 그리 높은 봉우리는 아니지만, 이름처럼 우뚝하여 조망이 좋다. 사방에 펼쳐지는 산과 들과 물길을 좍 둘러보면서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신다. 좋다! 코앞에 높이 치솟아 있는 월악산영봉과 아스라이 겹쳐지고 이어지는 산과 산. 달천강과 충주호수의 맑은 물빛, 충주시내 모습, 여기저기 산기슭에, 골짜기에, 들판에 깃들여 있는 마을들과 논밭들. 남산 기슭에 있는 석종사 절집들이 제법 멋있게 보인다. 천천히, 느긋느긋. 가파른 비탈에선 눈길처럼 미끄럽기도 한,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가랑잎을 밟으며 걷는다.

 

 

대림산에서 흘러오다 발치봉에서 우뚝 솟은 산줄기는 남쪽에다 대향산마을을 주머니처럼 감싸고, 북쪽으론 발티재를 지나 금봉산으로 이어지면서 발티마을을 감싸고 있다. 어린아이를 안아주는 어머니의 팔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줄기, 아니 그렇게 아늑한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마을들을 보면서 평화를 생각한다. 인간의 참 평화는 자연의 품안에 있는 건가?

 

 

밭치봉 아래 있어 발티재이고 발티마을이겠지. '치'와 '티'와 '峙'는 같은 말이니까. 몇 해 전, 쌓인 눈에 빠지고, 오는 눈을 맞으며 발티재를 넘었던 것은 울진까지 걸어가는 첫 걸음이었다. 지난해 마즈막재에서 남산 산수유길을 돌아 이 고개를 넘어올 땐 봄비를 맞았었다. 지금, 마음속으로만 벼르던 발치봉에 올랐다가 내려온 발티재엔 겨울 햇볕이 따사롭다. 이래저래 잊을 수 없는 발티재.

 

조용한 산골, 발티마을 끝에 범바위마을이 있고, 충주시내로 이어진다. 한낮에 배낭을 메고 시내에 나타나다니. 그냥 갈 수 없어 2호집에 들러 막걸리 한잔 하고 헤어진다. 2008년 12월 14일. 유병귀 최광옥. 이호태. 

발치봉에서 본 월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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