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인간의 때를 씻어준다

2009. 1. 12. 21:20충청

2009년 1월 12일 날씨는 맑고 몹시 추운 날.

유병귀 최광옥 이호태 셋이서 시내버스 두 대를 독차지하여 산 밑으로 가다. 어둔 새벽 여섯 시 이십 분에 충주에서 출발, 일곱 시 십 분에 제천 덕산 도착.[충주시내버스] 일곱 시 삼십 분에 덕산을 출발하여 일곱 시 오십 분에 도기리 양주동 도착.[제천시내버스] 버스 두 대에 승객은 우리 셋뿐. 올 겨울 들어 제일 춥다는 말에 단단히 채비를 했지만, 양 볼과 코끝이 얼얼하고, 바람이 자는 동안에도 장갑 낀 손가락이 떨어져나가는 듯하다.

 

다섯 시간 남짓 걸었다.

메두막봉 - 하설산 - 어래산 - 달롱마을 - 덕산

 

포암산에서 대미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황장산 쪽으로 뻗어가고, 대미산에서 갈라진 한 줄기가 문수봉을 지나 메두막봉으로 해서 하설산 어래산으로 이어진다. 저 건너 월악산 영봉은 잠깐 내려와 버섯능선을 만들어 놓고, 만수봉에 올랐다가 마골치로 내려와 포암산으로 가서 대간과 만난다. 그 사이에 용하구곡이 있고, 억수 계곡이 있다. 옛날에 신선들이 놀고 선녀들이 놀았다고 하는 곳. 산과 골이 어우러지고, 옥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곳. 햇빛마저, 허공 빛마저 다르게 보인다고 사람들이 넋을 잃는 곳.

 

아무리 춥다고 해도 나와 걸으니 좋다. 한 걸음 한 걸음 작은 움직임이 은근한 열기를 만들어 추위를 눅여주니 그 어울림에 몸이 즐겁고, 일망무제 펼쳐지는 산 바다에 눈이 즐겁고, 맑은 공기에 코가 즐겁고, 가슴과 머리가 즐겁다. 어쩌다 주고받는 세상이야기는 맑은 공기 속에 흔적 없이 사라진다. 맑아지는 웃음 따라, 머리가슴도 한없이 맑아진다. 자연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온갖 찌꺼기들을 정화한다.

 

또 하나 좋은 것은 덕산장터에 와서 동태찌개에 소주 한잔.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