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30. 21:36ㆍ충청
월악산, 오랜만에 신륵사 쪽에서 올라가 보자. 1월 30일 새벽 여섯 시에 최랑과 함께 덕산행 시내버스를 탔다. 월악리 만수계곡 입구에서 내릴 때까지 승객은 우리 둘뿐. 일곱 시 정각, 어둠이 막 가신다. 온통 하얗게 덮인 눈과 싸늘한 공기, 산골짝 겨울철 그윽한 풍경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신륵사 절집을 비켜 들어서는 산길은 하얀 눈이 두껍게 다져져 있다. 뽀드득 뽀드득 발걸음이 즐겁고 얼굴과 머리와 가슴이 상쾌하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엷은 구름에 잠긴 해가 발갛게 떠오른다.
둘레가 십 리가 된다는 영봉을 감고 올라가는 가파른 길엔 눈이 더 많이 쌓여 있고, 올라갈수록 공기가 차가워진다. 꼭대기엔 거친 바람이 안개구름을 몰아다가 이리저리 흩뿌려놓는다. 몇 해 전에 한라산 백록담에 가득 넘쳐나던 짙은 안개구름이 떠오른다. 이따금은 어렴풋이 송계마을과 건너편 산줄기들이 바라보이기도.
산이 높으면 물이 길고, 물길 따라 논과 밭과 마을이 깃들인다. 높은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흙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멀리서 찾아와 마음을 씻고 기를 얻어 돌아가는 사람들.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마의태자와 덕주공주도 월악산에서 뭔가를 도모하였었고, 그 흔적이 덕주산성에, 덕주사에, 마애불에, 미륵사지에 남아 있다고 한다. 6·25 한국전쟁 직후 월악산 빨찌산 이야기는 몇몇 소설과 회고록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나도 어렸을 적에, 이 산 아랫마을이 친정이신 할머니로부터 월악산 빨찌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홍진에 찌든 몸과 마음을 씻고 돌아가는 월악산. 그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 산은 이리저리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 오늘, 꼭두새벽에 집을 나와 월악산 영봉을 넘어온 최랑과 함께 송계마을에서 자장면을 먹는다.
* (06:20 충주에서 덕산행 시내버스)-월악리 억수계곡 입구(07:00)-신륵사-영봉(10:00)-송계마을11:55)
/ 2009. 01. 30. 최광옥 이호태
--------------------------------------
* 월악산 신륵사
- 제천시 덕산면 월악리 803-5 / 법주사 말사
- 신라 진평왕 4년(582년) 아도화상 창건
-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 중건
- 고려 공민왕 때 무학대사 중건
- 조선 광해군 때 사면대사 중건
- 1960년 극락전 중수 [워악산신륵사중수기]
- 1981년 삼층석탑 해체 보수
- 2001년 신신각 창건
- 극락전 : 충청북도유형문화재 132호 (*외벽에 반야선용도 등 벽화가 있음)
- 삼층석탑 : 보물 1296호
<송계마을에서 본 월악산/ 왼쪽부터 하봉-중봉-영봉>
'충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창리 가는 길 (0) | 2009.03.01 |
---|---|
허당[옥녀봉에서 첩푸산을 생각하니] (0) | 2009.02.21 |
산은 인간의 때를 씻어준다 (0) | 2009.01.12 |
이정표 (0) | 2009.01.08 |
노란 꽃 이어지던 길에 붉은 열매가[겨울 산수유길] (0) | 2009.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