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과 숨결[거금도]

2009. 3. 16. 00:23

거금도.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커다란 금맥이 있어 거금도라고 했다는 섬.

산 밑으로, 골짜기로 펼쳐지는 논밭 그리고 바다와 갯벌.

예로부터 탁탁한 고장이었음 직하다.


엊저녁 영시에 충주에서 버스를 탔다.

눈을 뜨니 새벽 다섯 시, 전라남도 고흥군 녹동항.

불 켜진 식당을 찾아 요기를 하고, 뱃길 이십여 분에 거금도.

바다 위에 떠 있는 산길을 걷는다.

바다 위를 걷는다.

신평리에서 적대봉을 넘어 오천리까지.


매화, 동백꽃, 진달래, 마늘과 양파, 양배추, ‥‥‥.

녹아 흐르는 냇물, 따뜻한 햇볕, 풋풋한 바람.

아, 수확한 양파를 잔뜩 실은 트럭도 보인다.

개울 가 어떤 푸성귀는 겨우내 그렇게 지낸 성싶다.

남녘을 실감한다.


산에서 내려와서, 꺼 뒀던 전화기 전원을 누르니 편지가 여러 통.

권영국이 죽었단다.

배낭 매고 길을 나설 때, 불현듯 떠오르더니 ‥‥‥.

지금 막, 채선병과 짝이 되어 권영국 얘기를 주고받았는데 ‥‥‥.

암과 싸우던 그 숨결이 떠오른다.

열변을 받쳐 주던 숨결에선 희망이 묻어났었다.

잦아들던 숨결, 스러지던 숨결에선 속으로 생각이 깊어졌었다.

삶과 죽음과 숨결 ‥‥‥.


권영국.

작년 여름, 말기 암 진단을 받았다.

집에서 쓰러지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갔다 왔다는 체험담을 얘기했었다.

넋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붙잡아 들여 놓고 병원에 갔다고 했었다.

일차, 이차, 삼차 ‥‥‥.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꿋꿋한 모습을 보여줬었다.

한두 번 고비도 있었지만,

병원에서 말한 석 달을 훌쩍 넘기는 모습을 보고,

기적에 대한 믿음을 키웠었다.

새로운 방법으로 다스려 보겠다고 경주로 갔었다.

요양원으로 간 지 한 달이 채 안 된 오늘.

‥‥‥.

죽었단다.

‥‥‥.

(2009.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