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4. 12:11ㆍ중국러시아몽골
"압록강의 근원을 말해서 천지만을 말하는 것은 무식한 옛날 소리다.
실로 개마고지와 남만주의 모든 골짜기, 골짜기 물을 다 모아서 된 것이 압록강이다."
'민중의 시대', '대중의 시대'를 외치던 함석헌 옹이 말한 '유식한 옛날 소리'.
한반도에서 가장 긴 강이고, 중국에서는 양자강, 황하와 더불어 3대 강.
단둥에서 압록강 물줄기를 바라본다.
먼 길 달려오면서 넓어지고 깊어졌다.
널따랗게 퍼져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이 묵직하다.
끊어진 다리 옆에 또 하나의 다리.
신의주와 단동[북한과 중국]을 이어주는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에 자동차와 열차가 오고가고,
6․25 때 미군 폭격으로 동강난 다리[鴨綠江斷橋] 위를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다리를 기준으로 상류 쪽에 널따랗게 떠 있는 섬이 위화도.
700여 년 전, 왕조 교체를 예고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자리.
위화도를 지나면서 물빛은 '청둥오리 머리 색'을 띤다.
바다가 가까운 아래쪽이 흐린 것은 밀물 탓이라고.
2009년 5월 31일 "단동항배"제4회압록강국제마라톤대회.
"The Port of Dandong Cup" 4Th Yalu river International Marathon Match.
이번에 처음으로 요녕성 체육국 공인을 받았단다.
엊저녁 환영만찬[歡迎酒會]에서는 '공산당이 주는 밥'을 먹은 셈.
갖가지 구호가 쓰인 붉은 색 풍선아치 여러 개가 도로를 덮고,
붉은 제복을 차려 입은 밴드가 모여드는 사람들 발길에 힘을 북돋운다.
중국어와 영어가 비슷한 억양으로 어울리는 대회사와 환영사에 의욕이 넘친다.
처음 5~6Km 쯤 단동 시내를 돌고 나서 압록강 푸른 물을 바라보면서 달린다.
강 건너 북한 땅을 건너다보면서 달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로 변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응원을 한다.
지아요우(加油)! 지아요우(加油)![힘내라! 힘내라!]
바람도 시원하고 강물도 시원하고, 하늘도, 들판도, 먼데 산도 시원하다.
압록강 물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도로가 시원하고, 몸도 마음도 시원하다.
국토의 중앙, 충주에서 동서남북을 걸으면서 압록강을 생각했었다.
동쪽 울진, 서쪽 만리포, 남쪽 남해 미조항까지 걸었다.
북쪽으로 압록강, 초산을 향하여 가다가 철원에서 막혔었다.
철조망이 걷히는 날을, 적어도 넘을 수 있는 날을 그리면서 발길을 돌렸었다.
꼭, 압록강 푸른 물결을 보고 만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안고 돌아섰었다.
오늘, 철조망을 넘는 대신 바닷길로 돌아서, 건너편 물가에 왔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지나, 강 하구를 거쳐서 왔다.
압록강, 압록강 물을 싫도록 바라보면서 달린다.
‥‥‥‥!
조선 후기 박지원은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갔다 와서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이미륵은 3ㆍ1운동 후, 쫒기는 몸으로 압록강을 건넜다.
보름달이 환한 밤, 달빛에 반짝이는 검은 물결에 섞인 조각배에 흔들리면서 강 건너에 닿았다.
독일에 가 살면서, 어린 시절 이야기와 압록강을 건넌 이야기를 독일어로 썼다.
3ㆍ1독립선언 후, 김구 선생도 무역선을 타고 압록강을 건넜다.
많은 지사들이 압록강을 건넜고, 상하이에 모여 임시정부를 세웠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압록강을 건넜다.
나는 오늘 바닷길로 돌아서 압록강 건너편에 왔다.
길을 막는 철조망을 넘지 못하고 돌아서 왔다.
끊임없는 세월, 끊임없는 사연, 끊임없는 애환, 끊임없이 흐르는 물결.
이미륵의 기억 속에 아련하게 흐르던 압록강.
"지금도 압록강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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