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마치고[갈은구곡]
2010. 6. 3. 23:29ㆍ충청
2010.06.02. 지방선거 하는 날.
선거 때마다 어울리는 도보여행.
어지러운 세상을 푸념하며, 잊자고 나서는 걸음.
요번엔 걷는 것보다는 바람 좀 쐬면서 한가롭게 쉬었다 오자고 선택한 갈은구곡(葛隱九谷).
칠성면 갈론 마을 뒤쪽에 꽁꽁 숨어 있다.
몇 해 전 이른 봄날 혼자 와서 나비처럼 노닐었던 곳.
크지도 길지도 요란하지도 않지만, 물과 바위와 숲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지는 곳.
은밀하여 마음껏 한가로울 수 있는 곳.
좋다! 좋다!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신선이 되는 곳.
물과 바위와 옛 사람들이 바위에 새겨놓은 글씨들.
넋을 놓은 채 나풀거리듯 사뿐사뿐, 어느새 제9곡 선국암.
열 명 일행이 둘러앉아도 여유가 있는 평평한 바위.
바둑판이 새겨져 있고, 바둑돌을 담았었을 둥근 홈이 두 개 있다.
오늘 자리는 여기.
바둑 돌 대신 술잔, 노닥거리며 웃어대는 소리를 물소리가 채어간다.
옥녀봉에도 다녀오고, 개울물을 따라 오르내리기도 하고.
누워서 좁은 하늘을 바라보기도, 눈을 감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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