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9. 12:26ㆍ바우길
2013. 06.08. 강릉 남항진해변.
남대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
솔바람다리 건너편에 죽도봉[젠주봉/전주봉]이 아담하다.
해무가 걷히는 하늘은 아직 흐릿하고 바다는 잔잔하다.
자동차 안에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송창식의 ‘한번쯤’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백사장 끄트머리에 갯메꽃 몇 송이가 잔잔하게 웃는다.
바우길을 걷는 사람들과 어울려 굴산사 가는 길을 간다.
바다를 뒤로하고 여염 골목을 벗어나 둑방길을 가다가 ‥‥‥.
논에서는 어린모가 땅내를 맡아가고 감자밭엔 감자 꽃이 한창이다.
강릉 바우길 열여섯 중 유일하게 시내 한복판을 지나가는 길.
남대천다리를 건너 중앙시장에서 점심을 먹는다.
강릉 토박이들에게 시장에 얽힌 추억이 없을 수가 없다.
고추전을 지나 그들의 추억이 내 입으로 들어온다.
기름 없이 구워내는 호떡.
두툼한 게 먹음직스러웠고, 먹을 만하다.
포크를 두 개 사용하여 먹는다 하여 ‘쌍포크’라고 한단다.
여학생들을 만나는 장소였다던가?
가게 문 앞에 굵직한 세 글자가 빨갛게 걸려 있다.
작년에 개통하였다는 창포다리를 건넌다.
“저 아래 저게 월화정 ‥‥‥.”
옆에서 옛날이야기를 한다.
무월랑과 연화부인의 사랑 이야기다.
연화 아씨가 명주[강릉]에서 연못 속 잉어에게 던져준 편지가
서울[경주]에 있는 무월랑에게 전달되었다는 이야기.
무월랑이 강릉으로 달려왔고,
둘의 사랑이 극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들어보니 명주가 이야기인데,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 김주원이란다.
강릉김씨의 시조이고 명주군왕릉의 주인공.
월화정이란 정자 이름도 무월랑과 연화부인의 이름에서 하나씩 따온 것이라고 한다.
모산봉을 넘는다.
어머니가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모산
강릉에 인재가 많이 나게 한다고 문필봉
노적가리형상이라 하여 노적봉이라고도 한단다.
강릉 지방의 재앙을 막아주고 정신적 안정을 주는 안산으로
이곳을 향해 집을 지으면 잘 산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장현저수지를 따라 돌다가 구정면으로 간다.
길가 집 담장 너머로 빨간 앵두가 탐스럽고 이쪽 보리밭이 누렇다.
먼 어린 시절 보리타작하던 날 뜨겁던 햇볕에 대한 그리움이 아련하다.
김 모락모락 나는 하지감자에선 분이 팍팍 나고
어른들은 보리를 베고 모를 찌고 논을 삶고 모를 내느라고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방금 말동무가 된 강릉 사람이 보리밭 이야기에 이어 단오 이야기를 한다.
설이나 추석처럼 차례를 지내면서 단오 명절을 크게 쇠었다는 이야기.
단오뿐만이 아니라 동지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설 다음날에 마을 어른들에게 단체로 하는 합동 세배[도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단다.
‘촌장’이라는 말을 써 가며 이야기한다.또, 오독떼기 등 전래 노동요가 다양하다는 얘기도 한다.
강릉 지방의 정서를 또 생각해 본다.
아, 저 앞에, 아침에 출발했던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줄 버스가 기다린다.
이번 굴산사 가는 길은 구정면사무소 앞에서 끝.
눈길도, 발길도, 뺨을 간질이는 바람결까지도 온통 푸른 계절.
시원한 초여름 강릉을 이렇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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