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길을 걷는 사람들[바다호수길/5구간]

2013. 5. 26. 07:46바우길

2013년 5월 25일 강릉 사천진해변.

배낭을 메고 모자를 쓴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매주 토요일에 강릉 바우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이다.

오늘은 사천진해변에서 남항진까지[바우길 5구간]을 걷는 날이다.

바우길 카페에 공지된 걸 보고 나와서 이렇게 어울려 본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초면인 나를 거리감 없이 친근감 있게들 맞아준다.

그러고 보니 강릉사람들에 대한 이런 인상이 언제부턴가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생김생김이나 말투, 행동 등에서 내가 느끼는 이 지역의 특색이다.

지난겨울에 대관령옛길을 걸어 내려와 강릉시내에서 길을 물었을 때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방향을 짚어 주던 할아버지가 그랬고, 아주머니가 그랬었다. 사천둑방길이나 향호 바람의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그랬고, 오늘 이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걸 느끼고 있다.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바닷가를 걷는다. 바닷가로 이어지다가 경포호수 둘레를 돌다가 다시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

 

너른 바다를 보면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소나무 숲 그늘을 즐기면서 걷는다. 해당화 붉은 꽃잎을 보면서 걷는다. 섬마을 총각 선생님 마음을 한없이 설레게 했을 해당화가 여기저기 붉게 피어 있다. 호기심은 누구나 가지는 것. 자줏빛 저 꽃은 이름이 뭘까? 또 이건? 아, 여기 전문가가 나타난다. 이건 갯완두, 저건 갯메꽃. 갯방풍, 통보리사초, 갯그령, 벌노랑이‥‥‥. 죽 설명을 한다. 통보리사초와 갯그령을 가지고 소년스런 장난을 하던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곁들여서 술술 풀어내는 설명이 아주 재미있다.

 

여럿이 어울리다 보니 배우는 것이 많다. 경포호숫가에 홍장암이 있다는 걸 알았고, 조선시대 순찰사였던 박신과 기생 홍장의 사랑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재현해 놓은 조형물을 보면서 설명을 들었고, 홍장암 양옆에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물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경포대의 기둥 숫자가 32개라는 걸 알았고, 그게 어른의 이빨 숫자와 같다는 것도 알았다. 완성의 의미란다.

 

경포호수 둘레를 걷다가 허난설헌기념관이 있는 초당동. 아주 오래 전에 와서 하얀 순두부를 먹었던 적이 있는데, 거기가 바로 경포호수 이웃이라는 걸 오늘 알았다. 한 시간 동안 점심시간이다. 무얼 먹을까? 가까이 있던 사람들과 함께 넷이서 어울렸다. 원래 유명한 초당순두부, 집집마다 북적인다. 북적이는 사람들에 섞여 좀 기다리다가 최근에 개발되었다는 짬봉순두부를 먹었다.

 

초당두부는 간수를 쓰지 않고, 바닷물을 이용해서 만든단다. 이곳 초당동에 있는 식당에서는 다들 두부를 직접 만들고 있으며, 자기들이 만드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짬뽕순두부는 이 집, 지금 우리가 점심을 먹고 있는 바로 이 집 주인이 개발하여 상표로 등록을 한 것이라고 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데 저기 초당두부 공장이 보인다. 시장에 유통되는 초당두부가 만들어지고 있는 곳이다.

 

길은 계속하여 바닷가로 이어진다. 강문해변을 지나고 해송숲길을 지나고 안목해변을 지난다. 파도소리와 하얀 모래와 소나무 숲. 그리고 또 해당화 갯완두 갯방풍 갯메꽃 ‥‥‥.

 

강릉항에서 죽도봉에 올라 잠깐 쉰다. 이쪽은 강릉항 저쪽은 남항진 해변, 사방이 물이다. 죽도봉의 옛 이름은 전주봉이었다. 어느 해 큰물이 났고, 전주에 있던 봉우리가 이곳으로 떠밀려왔다. 그래 전주부사가 강릉부사에게 매년 토지세를 받아갔다. 심한 가뭄이 들던 해 강릉부사는 세금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부사의 딸이 아비에게 꾀를 낸다. 아비는 무릎을 친다. 전주부사가 세금을 독촉하자 강릉부사가 말한다. “세금을 낼 형편이 못 되니 이 봉우리를 전주로 가져가시오.” 물론 그 후로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죽도봉을 넘으니 남대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솔바람다리가 있고 다리를 건너니 남항진항이고 이어서 남항진해변이다. 몇몇 낚시꾼들이 도다리를 낚고 있다. 저쪽에 있는 화장실 이름이 갈매기화장실이다. 그런데 가지 말란다. 거긴 갈매기들이 볼일을 보는 곳이란다. 갈매기들이 바위에다 똥을 싸니 바위가 지저분해져서 사람들이 갈매기화장실을 지어준 것이란다. 믿어야 하나?

 

* 사천해변공원 - 경포해수욕장 - 경포대(경포호수) - 허난설헌기념관(초당순두부) - 강문해변 - 강릉항 - 죽도봉[전주봉] - 솔바람다리 - 남항진해변 / 1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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