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9. 14:02ㆍ바우길
5월 18일 아침에 주문진 바닷가에서 눈을 떴다.
푸른 물결에 실려 오는 파도소리가 하얗게 부서진다.
바닷바람에 몸을 싣고 북쪽으로 간다.
바다는 넓고 파도소리는 시원하다.
소돌해변을 지나 주문진해변관광단지.
하얗고 긴 백사장과 넓고 푸른 바다에 아침햇빛이 비스듬히 깔린다.
컵라면 하나씩 그리고 향호를 찾는다.
해변에 이어 작은 다리 하나 그리고 그림처럼 펼쳐지는 호수.
모래사장[사주]으로 바다와 분리되어 바닷물이 수시로 섞이는 석호.
옛날에 산간계곡물이 흘러와 바닷물과 만나는 곳에 천년 묵은 향나무를 묻었고
나라에 좋은 일이 있을 때 여기에 묻힌 향나무에서 빛이 비쳤었다고 한다.
잔잔한 호수 위로 상쾌한 아침공기가 흐르고 먼 산이 조용히 와 잠긴다.
작은 갈대밭이 물가에 떠 있고, 잿빛 날개를 가진 새가 긴 다리로 서 있다가 날아간다.
호숫가를 벗어나 야트막한 숲으로 들어가는 길.
작은 마을들이 보이고 논밭이 보이고 사방에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푸르다.
호젓하게 이어지는 길에 두런두런 웃다가 침묵하고 또 웃으며 터벅터벅.
동해고속도로 육교를 건너서도 야트막한 산길은 계속된다.
무덤도 보이고 외딴집도 보이고 외딴 밭도 보인다.
어느 갈림길.
왼쪽으로 끌리는 발길을 오른쪽 길가 소나무에 달린 꼬리표가 잡아끈다.
야트막한 내리막 끝에 작은 도랑을 건너 시멘트 포장길에 이어 아스팔트길.
제대로 가는 것인가 의문이 커지는데 저기 고속도로가 보인다.
지도상으로 보면 저 고속도로 다릿발을 지나치면 안 되는 건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으니 계속 가다가 왼쪽으로 가면 향호저수지가 있단다.
그래도 여기 사는 사람들 말을 믿자.
가다가 다시, 아니야 지도를 믿어야지.
되돌아서면서 부족한 이정표에 대하여 다시들 불만을 털어낸다.
경운기를 끌고 가는 부부가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되돌아선 다음 왼쪽으로 꺾어서 작은 고개를 넘고 저 멀리 보이는 철탑을 향하여.
아! 지도에 있는 향호목장 푯돌이 보인다.
지나치지 말아야 할 고속도로 밑을 지나쳐다가 빙 돌아 다시 넘어와서 바로 찾은 길.
한 시간 정도 외도를 한 셈이다.
아침에 컵라면을 먹으면서 간식을 챙기자고 하는 것을
중간 중간 먹을 것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 지금 원망이 되고 있다.
교통이 발달하고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시골 구멍가게가 없어지는 것은 뻔한 일인데.
배고픔도 길을 헤매는 것도 여행의 필수 항목 아니냐며 짐짓 대꾸를 한다.
따지고 보면 그게 여행의 묘미, 좀 뻔뻔스러운 건가? 하하.
시큰거리는 오른쪽 무릎을 살살 달래면서 다시 향호에 왔다.
향호에서 이리저리 자드락길 그리고 향호저수지 가를 구불구불 그리고 다시 향호.
마침 강릉버스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어 올라탄다.
“요번 걸음의 주제는 ‘흥청망청’이여.”
어제 횡계에서, 어떤 정책을 비판하는 현수막에 씌어진 ‘흥청망청’
배가 고픈 것도 흥청망청
걷는 것도 흥청망청
안 해도 되는 욕도 흥청망청.
길을 잘못 들어선 것도 내 탓이고
지도에 적힌 방향을 순간적으로 잘못 해석한 것도 내 탓인 것을
왜 이리 이정표가 없느냐는 욕을 흥청망청.
하하하.
* 바우길 13구간 향호 바람의 길 / 주문진해변공원~향호~향호저수지~향호~주문진해변공원 15Km
* 5월 18일 (07:00 주문진항 - 주문진해변공원) - 향호바람의 길 /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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