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례호수[0111]

2014. 1. 28. 23:32미얀마라오스

1월 11일

낭쉐에서 눈을 떴다. 아직 어두운 거리로 나선다. 새벽 공기가 제법 썰렁하다. 인적이 드믄 어둔 새벽에 이태리 아가씨 둘이 해돋이를 보러 간다며 씩씩하게 어둠을 헤친다. 느긋한 마음으로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아침 시간을 기다린다.

 

 

 

 

 

 

 

 

 

바나나 하나와 빵 두 쪽과 계란 후라이 하나, 그리고 커피 한 잔. 소박한 아침밥상이다.

이른 아침에 보트를 타고 인레호수 위를 미끄러진다.

넓고 넓다. 잔잔 물결 한 가운데로 나아간다. 가슴이 확 트인다. 어제까지는 허허벌판, 오늘은 넓고 넓은 호수 한가운데를 떠다닌다.

 

보트는 카누 모양으로 생겼다. 사공 한 명에 5명의 손님이 타고 간다. 같은 모양의 보트가 호수 이곳저곳에서 내달리고 있다. 사람을 태운 배도 있고, 곡식 가마니나 다른 물건들을 실은 배들도 있다. 발로 노를 젓는 뱃사공도 있고, 고기를 잡는 듯 물위로 노를 내리치는 사공도 있고, 닭의장처럼 생긴 그물로 고기를 잡는 사공도 있다.

 

 

 

바다처럼 넓은 물 위를 달리던 보트가 이제 좁은 수로로 들어선다. 한참을 달리다가 멈춘다. 물 위에 부레옥잠이 둥둥 떠 있고, 수로 옆에는 바나나나무도 있고, 사탕수수 밭도 있고, 마을도 있다. 배에서 내려 오솔길을 지나고 마을길을 지나니 장터가 나타난다.

 

 

 

한참 동안 장 구경을 하고 다시 수로를 빠져나와 너른 호수를 달리는 배는 이리저리 수상 가옥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배에서 내려 올라간 수상 가옥들에는 식당도 있고,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점도 있고 사원도 있고, 파고다군[-群]도 있다. 수상가옥 식당에서 올라 미얀마 맥주 한잔 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루 종일 호수 위를 내달렸다. 싫도록 내달려도 싫지가 않은 하루였다.

 

너른 호수 어둔 하늘에 별이 뜨기 시작한다. 어둠이 밀려오고 어둠을 헤치는 뱃전에 달빛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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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le lake : 해발 875m 고원도시 Nyang Shwe 에 있는, 미얀마에서 제일 큰 호수. 한쪽 다리로 노를 젓는 Intha 뱃사공과 물에 떠 있는 밭[쭌묘]과 수상가옥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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