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3명에 악단 15명[0109]

2014. 1. 28. 23:27미얀마라오스

1월 9일

새벽어둠을 깨우는 사람들이 있다.

집 앞에서 쓰레기 모아 태우는 아가씨들이 있고, 새벽시장으로 물건을 내다 진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곧 날이 밝아지면서 몰려들 손님들을 위해 어둠을 깨우는 것이다. 마치, 막이 오르기 전에 무대를 준비하는 연극단원들처럼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다.

 

장터 옆 구멍가게에서는 두 젊은이가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스므사를 만들고 있다. 이들의 전통 차 러펫예에 곁들여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이 나라 전통음식이다. 세모꼴 군만두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인사를 하면서 들어가 러폣예 한 잔에 스므사 세 개를 시키고 자리에 앉는다. 맛있다는 표정을 지으니까 그러냐는 몸짓과 표정을 지으면서 소리 내어 밝게 웃는다. ‘맛이 참 좋다.’는 뜻을 가진 미얀마 말을 하나 배운다.

“쌀로 떼잇 따웅바대.”

 

 

 

 

 

어제 예약해 놓은 택시가 숙소로 찾아왔다. 보통 생각하는 택시가 아니라 잘 생긴 지프. 예상 밖으로 차가 아주 좋아 보이고 운전기사도 키가 큰 미남에다 말쑥한 차림이다. 미안마에 와서 가장 좋은 차에 앉아 60여 Km 떨어진 포빠산으로 간다. 포장 상태도 양호하고 양 옆으로 시원스런 벌판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곳곳에 죽죽 서 있는 야자나무들이 정말 멋있다. 강릉에 금강송이 있다면 여기 포빠산으로 가는 길가에는 야자나무가 있다.

 

얼마쯤 달리던 차가 자그마한 휴게소에 멈춘다. 약간의 과자와 음료수가 진열돼 있다. 운전기사가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에 가게 안팎을 둘러본다. 하얀 소가 연자방아 같은 것을 돌리고 있는데 팜 열매를 짜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안에서는 그렇게 짜낸 즙을 솥에다 끓이고, 그 옆에서는 소주를 내리고 있다. 팜 위스키라고 한다. 한 방울 맛을 보여주면서 한 병 사라고 한다. 그래 포빠산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르겠다고 하니까 꼭 그렇게 하라고 한다.

 

 

평지가 끝나고 산길을 올라간다. 걸어서 올라가는 걸 생각했다고 하니까, 산꼭대기에 있는 사원으로 올라갈 때는 걸어야 한다고 한다. 불쑥 솟아 있는 바위 봉우리가 보이는 곳에서 차를 세우더니 저게 포빠산이라고 한다. Popa는 꽃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라고 한다. 봉우리 모양이 꽃처럼 생긴 걸로 보면 되겠다.

 

가파른 계단을 맨발로 걸어 올라간다. 계단은 옆에는 난전이 있고, 가끔씩 불상 앞에서 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꼭대기에도 사원이 있고 부속 건축물들이 있다. 차를 타고 달려온 벌판이 끝없이 쫙 내려다보인다. 백두산 천지 옆에서 구름 끼어 있는 만주벌판을 바라보던 생각이 난다. 한참을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같은 숙소에 묵었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헉헉거리며 올라온다.

 

 

 

약속했던 대로 휴게소에 다시 들른다. 반가워하면서 맞이하던 어린 아가씨 둘이 어디서 왔느냐고 하기에 한국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예끼! 아니야 아저씨, 하니까 깔깔거리면서 ‘할아버지’ 한다. 그 천진스런 장난에 잠시 어울리다가 함께 사지을 한 컷. 그랬더니 옆에 있던 진짜 할머니가 다가오면서 끼워달라고 하신다. 아, 재미있다. 한 병에 3,000짯 하는 팜 위스키 2병을 5,000짯에 사 들고 차에 오른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돌아왔다. 어제 맥주를 마셨던 식당에 들러 역시 맥주 한 병을 시킨다. 점심시간이 끝난 터라 한가한 틈에 종업원 아가씨들과 어울려 한참 수다를 떤다. 한 명은 화학을 전공한 대학 졸업생이고, 한 명은 미안마어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 2학년생이다. 한국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기에 충주라고 하니까 충주를 안단다. 한국영화를 거의 매일 보는데 영화 속에서 충주를 본 것 같다는 것이다. 종이와 볼펜을 가지고 오더니 한국말을 가르쳐 달란다. 하나에서 열까지 세는 말, 천, 만,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 알고 싶어 하는 우리말 단어를 영어 알파벳으로 적어주면서 발음 연습을 시킨다.

 

 

한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숙소에 잠깐 들렀더니 고풍스런 자동차가 한 대 보인다. 옆에서 함께 신기해하며 웃던 사람이 사진을 찍어 준다. 고맙습니다.

 

 

아직도 해가 남았다. 자전거를 빌려 한 시간쯤 돌아다니다가 같은 숙소에서 묵고 있는 한국사람 둘을 만나 함께 강가로 간다. 노을을 보면서 미안마 맥주 한잔, 그리고 인형극을 보면서 ‘비싼’ 저녁을 먹는다. 더 재미있는 것은 관객 3명에 배우가 10명, 악단이 15명인 것. 아주 넓고 잘 가꾸어진 강가 공원에 있는 고급 식당에서 고급 음식, 가끔 이런 맛도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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