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빌리다[0108]

2014. 1. 27. 23:22미얀마라오스

쉐지공 파고다 안을 한참 어슬렁거리다가 버스 터미널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터민쪼라는 볶음밥이다. 볶음밥에 들어가는 고기를 돼지고기와 닭고기, 새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주문할 수 있는 미얀마 전통음식, 한국의 볶음밥인 셈이고 볶음밥 맛이다.

 

밥을 먹는데 한국말 소리가 들린다. 한국영화가 방송되고 있는 TV에서 나오는 소리다. 모든 손님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 외국인인 나는 귀로 들으면서, 이 나라 사람들은 자막과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하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한국영화나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제, 자전거를 타 보자. 한 시간에 1,000짯. 우선,한 시간을 예약하고 폐달을 밟는다. 시내 뒷골목에도 가보고, 외곽으로도 가 본다. 아~! 집이고 입성이고 사는 모습들이 우리 기준으로 바라보면 영 말이 아니다. 길바닥이 거의 모래로 된 곳이 많아 자전거 바퀴가 잘 굴러가지 않는 곳도 많다. 그나마 자전거라도 끄는 아이들은 차림새로 보아 좀 있는 집 자식들인 것 같고, 뒷골목 거의 모든 아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강가로 가보자. 여전히 곳곳에는 파고다들이 우뚝 우뚝 서 있다. 그러나 물어물어 찾아간 강가에서 바로 되돌아선다. 맑은 물이 보이고 물가 그늘 아래서 맥주 한잔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전혀 딴판이다. 물도 흐리고 앉아 쉴 만한 자리도 못 찾겠고, 더더구나 맥주를 파는 가게는 보이지를 않는다. 에라, 돌아가자.

 

시내 가까운 골목에서야 맥주를 한잔하고 자전거를 반납하러 간다. 두 시간을 돌아다녔으니 1,000짯을 더 낸다. 그러면서 보니, 시간을 적어 놓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맡겨 두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자전거를 타고 도망을 간다 해도 그만일, 그런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라는 건 전혀 생각할 수도 없는 세상, 감히 무어라 말을 갖다 붙인다는 게 조심스러울 그런 세상에 와 있는 것이다. 아니, 그게 이상한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가는 살아온 세계가 정상에서 한참 벗어난 세상이 되는 셈이다.

 

뉴 바강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트럭 버스를 이용한다. 운임은 1,000짯. 작은 트럭 짐칸에 양쪽으로 의자를 놓고 앉아 가는 노선버스. 중간 중간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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