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다[11 바람소리길]
2014. 5. 6. 22:04ㆍMRF
맑다.
맑고 깨끗하다.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맑고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맑고
나뭇잎 사이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맑다.
산골 시내 물빛이 맑고
온통 푸르른 산과 들이 맑고
하늘과 공기와 햇빛이 맑다.
바람소리 물소리
산이 숨 쉬는 소리가
물빛과 산 빛과 하늘 빛이
맑고 곱다.
2014년 5월 5일
상주시 내서면 서원리 구마이마을.
마을 앞을 흐르는 시냇물이 그리 맑을 수가 없다.
시냇물에 비치는 하늘빛도 맑고
시냇물에 비질을 하는 바람 소리도 맑고
물비늘에 와서 반짝이는 햇빛도 맑다.
맑게 흐르는 시냇물을 옆에 끼고 걷다가
밤원마을에서 다리를 건너 산속을 헤집는다.
푸르러가는 산 빛 또한 그지없이 맑다.
고갯마루에 올라섰을 때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맑고 맑은 공기가 흠뻑 배어버린 몸통아리는
저기 저 나무처럼 풀처럼 산이 되었다.
* 상주 MRF 이야기길 11 바람소리길(11.1㎞ + )
구마이마을 쉼터-밤원마을회관-다리-임도 갈림길-고갯마루-예의마을-구마이마을 쉼터[느티나무/정자/평상]
* 이번에도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맸다. 잘 나가던 이정표가 꼭 결정적인 곳에 이르러 묘연해진다. 이번에는 예의마을을 벗어나면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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