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6. 20:54ㆍMRF
2014년 4월 26일 토요일 아침에
상주시 공검면 예주리에 있는 청암서원 앞에 자동차를 세운다.
조선 영조 때 세워진 서원은 고종 때 철거되었던 것을 1991년에 복원한 것이다.
이정표를 따라 흔적이 희미한 산길로 들어선다.
정말 희미하다.
길이 희미하고 애매하여 망설일 때마다 파란 화살표가 나타나곤 했는데
바위나 나무에 파란색으로 그려 놓은 화살표가 보물찾기 하는 기분을 주곤 했는데
오늘은 그게 영 신통치가 않다.
이안천을 따라가다가 이안철교를 건너 이안천을 따라 제자리로 오는 길.
이안천 줄기가 뚜렷한 게 망정이다.
문제는 제방을 지나 산으로 들어서는 길에 있다.
처음에는 뚜렷하던 길이 얼마 안가 종적을 감추고 있어야 할 화살표가 보이지 않는다.
성황데이 고개에서 그예 일이 벌어진다.
어림짐작으로 작은 등성이 하나를 더 넘었던 게 문제였다.
없는 길을 만들다가 제대로 된 길을 만나 얼씨구나 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했을 땐 이미 늦으리.
이안천 방향을 어림하여 길을 버리고 잡목에 가시덤불을 헤치고
천신만고 끝에 작은 마을로 들어서서 길을 묻고
한참이나 멀어진 길을 돌아서 제자리로 오는 일.
제법 더운 날씨
이안천 시원한 물과
이안천을 끼고 시원하게 펼쳐지는 들판과
헤매는 바람에 좀 길어지긴 했지만 잠깐 동안의 산길.
노랗게 꽃을 피운 애기똥풀과 자주색 제비꽃들
특이하게도 보행로를 덧붙여놓은 이안철교
하루 열 차례 정도 열차가 다니는 경북선
이안철교에서 기차를 만나면 행운이 온다는 말이 있다는데
철교에서는 아니지만 저만치에서 철교를 건너는 기차도 보고
옛날 사람들이
이안철교를 건너, 성황데이고개를 넘어
장을 보러 다니던 이야기가 있는 길.
모처럼 도보사랑 도반들이 어울려 자정을 넘긴 엊저녁 술자리
술자리 뒷맛을 괜찮게 느끼면서 일어난 오늘 아침
푸르러가는 산과 들과 시원한 냇물
그 속에서 느긋한 여유.
* 상주 MRF 이야기길 8 이전길(8.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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