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5. 14:47ㆍMRF
나각산 마구할멈굴에 갇혀 살던 마구할멈[*6 숨소리길]이 남해바다로 떠나기로 하고 낙동나루에 내려와 몰래 배에 올라 몸을 숨겼다. 그런데, 가만 보니 배가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마구할멈은 강물로 뛰어내렸다. 한참을 떠내려가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상한 새가 할멈의 옷깃을 물고 강변 쪽으로 안내를 한다.
할멈은 가까스로 강가 바위에 올라 정신을 잃었고, 이상한 새는 할멈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았다. 할멈은 새를 아들로 삼고 불새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어느 날부터 할멈은 강돌을 주워 와 길옆에 쌓기 시작한다. 돌무덤이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게 되었을 때, 할멈은 강가에서 예쁘게 생긴 붉은 돌을 발견하고 그 돌을 갖다가 돌무덤 위에 얹었다. 그러자 갑자기 온몸에 힘이 쪽 빠지면서 쓰러졌고, 불새의 지극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할멈은 눈을 감는다. 돌무덤을 쌓기 전에, 돌무덤의 완성과 동시에 불새가 불을 뿜으면서 죽는 꿈을 꾸었었던 할멈은 불새에게 유언한다. “‥‥‥ 절대로 욕심 부리지 말고, 이웃과 잘 지내야 한다.” 불새는 할멈을 그리워하면서 부리로 바위를 쪼아 할멈의 얼굴을 그려놓고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할멈과의 추억을 회상한다.
한편, 오리알섬에 살다가 천년 묵은 금개구리를 잡아먹은 학이 봉황이 되어 하늘나라에 살고 있었다.[*3 낙동강길] 어느 날부턴가 죽암마을 낙동강변에서 날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에 알아보았더니, 낙동강 건너 바위에 사는 불새가 짐승들에게 온갖 횡포를 부리는 것이다.
“3년 후에 봉황이 비봉산에 내려올 것인데, 불새가 봉황을 잡아먹으면 인간으로 변하여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다.” 불새는 비봉산 용샘에서 용들이 목욕을 하면서 하는 이야기를 엿들었다. 봉황을 잡아먹을 힘을 기르기로 한 불새는 주변에 사는 짐승들에게 많은 먹이를 갖다 바치도록 명령을 하고, 먹이를 적게 가지고 오는 짐승들은 그 새기를 잡아먹기까지 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봉황은 미리 비봉산에 오동나무와 대나무를 심어 둔다. 잠자리와 먹이를 위한 것이다. 봉황이 비봉산에 내려와 새들의 제왕임을 선포하자 불새가 봉황을 잡아먹기 위해 불로 공격을 한다. 수세에 몰리던 봉황은 물을 이용하여 불새를 공격한다. 불새는, “내가 죽은 후에 하늘에서 나보다 훨씬 강력한 불을 쏘게 될 것이며, 또한 물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강에 세워질 것이다.”고 하면서 죽었고, 불새가 살던 바위도 강으로 무너져 내렸다.
세월이 흘러 오늘날, 이곳에 공군사격장이 들어서자 불새의 예언대로 하늘에서 강력한 불을 쏘게 되었고, 4대강 사업으로 상주보와 낙단보가 들어서서 물의 흐름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 음, 4대강 사업을 무지막지한 억지로 밀어붙이던 사람에게 불새의 영혼이 작용하였던 것인가.
2014년 5월 24일
도보사랑 도반 넷이서 물소리길을 걷는다. 강창교 옆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다리를 건너 장천에서 산으로 들어간다. 산기슭 마을도 지나치고, 논둑길도 걷고, 제방도 걷고, 오디도 따먹고, 강변에 우거진 숲도 헤치고, 넓디넓은 들판과 강변 모래바닥을 가로지르기도 한다.
* 상주 MRF 이야기길 5 물소리길(15.9㎞ + )
강창나루표지석[공원/강창교]-장천-산길-제방-산길-무수골-[물가산기슭/오디/농로]-중동교[토진나루]-산길-한개들-죽암제방-강창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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