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달[6 숨소리길]

2014. 5. 23. 21:01MRF

강릉 경포대에 다섯 개의 달이 뜬다면, 상주에는 여덟 개의 달이 있다. 낙동강 물줄기가 굽이치면서 회상들, 도남들, 오상들, 구촌들, 한개들, 낙동들의 모양이 각각 하나의 반달 모양이고, 이 여섯에다 하늘에 뜨는 반달과 강물에 비치는 반달을 합쳐 여덟 개가 되는 것이다.

 

 

 

 

 

 

 

낙동은 예로부터 호수와 강과 넓은 들에서 나는 곡식과 수산물이 풍부해 살기 좋은 고장이다. 그런데, 아득한 옛날에,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40세를 넘기면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오래 살지 못했었다고 한다. 어느 날 낙동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49세 되는 할머니가 호숫가에서 고동을 줍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가만 살펴보니 바가지 속에 잡힌 고동이 말을 한다. 고동들을 놓아 주면 귀한 비밀을 알려 주겠다는 것이다.

 

하늘에 있는 일곱 신선 중 우두머리 신선은 봉황의 알을 먹기 때문에 오래도록 젊게 살아간다는 비밀. 봉황의 알을 땅속에 묻어 1년 동안 숙성을 시키는데 칠월칠석날 호숫가에 내려와 새로운 알을 묻어두고, 숙성된 알을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칠월 칠석을 기다려 몰래 호숫가로 가서 신선이 묻어둔 봉황 알을 훔쳐다가 부엌 바닥에 묻어 숙성시킨 다음 하나씩 꺼내 먹었다. 말할 것도 없이 할머니는 점점 젊어지기는 했지만, 신선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

신선의 한 마디 호통으로 고동이 살던 호수는 산으로 변하고 물줄기는 6개의 반달 모양으로 굽이치고, 할머니는 산꼭대기 굴에 갇히게 된다. 굴속 바위에 박힌 봉황 알처럼 생긴 돌들을 빼먹으며 살던 할머니는 후에 남해 바다로 떠나가고, 사람들이 할머니가 살던 굴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 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아이를 갖지 못하던 사람들이 자식을 낳게 되는 것이다. 그 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마구할멈굴에 기도를 드리고 자식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2014년 5월 23일. 낙동갈길을 한 바퀴 돌고나서 숨소리길에 오른다. 소라 모양을 하고 있는 나각산에 올랐다가 그윽한 숲길을 빠져나와 낙동강변을 잠깐 걷다가 다시 야트막한 숲길이 이어지는 아주 좋은 길.

 

* 상주 MRF 이야기길 6 숨소리길(7.7㎞)

낙동강한우촌-나각산등산로-정상-소라바위-마고할멈굴-낙동강변길-낙동강한우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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