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여인[15 너추리길]
2014. 5. 22. 19:58ㆍMRF
신라 때 이야기. 계룡산에서 수도하던 상원조사가 호랑이 목에 걸린 뼈를 빼어준 일이 있었다. 폭설이 내린 어느 날 밤, 그 호랑이가 나름 은혜를 갚는답시고 아리따운 여인을 물어다 주었다. 여인은 상주 천봉산 아래 안너추리 마을에 사는 김씨 성을 가진 집안의 딸이다. 스님을 흠모하게 된 여인은 평생을 스님과 함께 하기를 바랐지만, 스님은 눈이 녹기를 기다려 여인을 상주에 있는 집으로 데리고 갔다. 스님도 여인의 부모도 여인의 뜻을 꺾을 수가 없다. 오로지 수도에만 정진해야할 스님으로선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결국 둘은 남매의 연을 맺었고, 여인의 부모는 매년 많은 곡식을 공양했으며, 남매가 입적한 뒤 계룡산엔 남매탑이 세워졌고, 상주 천봉산에는 성황사를 짓고 남매상을 모시게 되었다.
성황사 바로 아래에 영암각[靈巖閣]이 있다. 상주에 부임하는 목사가 북쪽으로 행차를 하기만 하면 해로운 일이 생기곤 하였다. 어느 날 목사의 꿈에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 소원을 빈다. 비바람을 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목사는 이틀 동안 천봉산 기슭을 뒤진 끝에 바위를 찾아냈다. 그리고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보호각을 지어 주었다. 그 후로 모든 재앙이 사라지게 되었다.
2014년 5월 21일.
똥고개길에 이어 너추리길을 걷는다, 연원교를 지나 산모롱이를 돌고 동수나무 뒤편으로 해서 천봉산으로 들어간다. 마을을 벗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은 희미해지고, 높지 않은 산등허리를 향하여 숲을 헤집는다. 집터인지 계단식 논밭인지 흔적이 골짜기 크기에 비해 제법이다. 산등허리에는 천봉산 등산로가 아주 잘 닦여 있다. 상주중학교 뒤 3번국도 길가에서 자장면 한 그릇 하고 간다.
* 상주 MRF 이야기길 15 너추리길(7.4㎞)
북천시민공원-연원교-산모롱이-자산갈림길-연원6길-고갯마루-영암각/성황사-북천시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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