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상천 삼태산

2015. 9. 13. 20:54충청

 

 

 

 

 

 

단양 어상천 삼태산

꽤나 오래 전에 마음 속에 넣어 둔 산이다.

2015년 9월 13일 일요일

단산중학교 옆 산으로 들어선다.

손바닥만한 수수밭이 숲을 비집고 들어앉은 게 보인다.

장목수수 빗자루는 방 안에서 쓰고

붉은 수수 빗자루는 부엌에서 쓰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용바위골에 이르니 용암정 정자가 숲 속에서 어둡고

바위 앞에는 두 자루 촛불이 있다.

치성 드리기가 막 끝났는지

두 사람이 뒷정리를 하고 있다.

어머니와 아들인 듯.

여기에서 시작되는 비탈길이 산꼭대기까지 이어진다.

한 시간 남짓 헉헉거린 땀을 씻으며 가을을 즐긴다.

삼태산 꼭대기엔

300m 칼날능선 양쪽에 정상 표지가 있다.

삼태산 864.2m라고 한 대리석 표지석 한가운데

누에머리봉이라고 덧붙여 놓은 것은 단양군에서 세운 것이다.

그 양옆에 표지석이 둘 더 있고

뒤쪽 참나무에 나무 표지판이 걸려 있다.

이정표를 따라 잠깐 걸어가보면

A4용지에 삼태산 정상 875.8m라고 쓴 표지가

비밀봉지에 싸여 이정표 기둥에 붙어 있다.

큰 삼태기를 엎어 놓은 모양이라고도 하고

누에가 기어가는 형상이라고도 하는 산.

산기슭 어디쯤에 서 있는 TV수신기가

까마득한 내 어린시절을 불러낸 산

서울 간 호인이가 사서 고향집에 보낸 TV는

저녁마다 마을 사람들을 우리 집으로 불러 모으곤 했었다.

고수골로 내려와서 어상천중학교로 가는 길가에

기장밭이 있고 수수밭이 있고

농협 하나로마트가 있는

꽁꽁 오지 어상천 면소재지가 있다.

햇볕에도 가을

바람결에도 가을

다래가 주렁주렁 열린 숲에도 가을

수수밭에도 기장 밭에도 산골 시냇가에도

온통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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