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29. 22:05ㆍ전라
선유도에 가려거든 비 오는 날 가라
갈대밭에 가려거든 비 오는 날 가라
2019년 6월 29일 토요일
예보대로 아침부터 장맛비가 내리다
예정대로 변산에서 선유도로 향하다
만나면 말이 많아 말모임
비에 젖는 바다가 조용하고
바다를 적시는 장맛비가 얌전하다
선유도 구불길이라고 하던가
비와 바다와 순한 바람과
일상을 저만치 밀쳐 두고 함께 온 사람들과
신선들의 놀이터라고들 하는 곳에서 와서
구불구불 이리저리 노닐다
바다에 떠서 비를 맞고 있는 장자도
저기 대장봉 저기 선유봉 저기 저 바다
어촌계 식당에도 앉아 보고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다가 선유도로 건너가다
망주봉 아래 모래사장을 낀 바다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가 아늑하고 시원하고
바다 위에 나무로 된 도보다리가 한 멋을 하다
한 멋 하는 도보다리를 오가며 한 멋에 묻혀 보다
바다인가 섬인가 호수인가 일상을 떠난 즐거움인가
오랜 벗인 듯 빗물이 한 몫을 단단히 하니
소주 한잔을 외면할 재주가 없다
그렇게 짧은 한 순간 선유도 신선이 되다
아 좋다 잠깐 동안 신선의 뒷맛을 질질 끌면서
새만금 방조제를 건너다
인간의 힘이 엄청나다는 소리를 하다가
망망한 바다와 점잖은 장맛비 줄기를 바라보면서
급히 몸짓을 매만지다
금강 하구언을 건너고 이리저리 길을 찾아
신성리 갈대밭에서 또 우산을 펴다
투닥 투닥 우산이 받아내는 소리가
서걱이는 갈대밭 빗방울 듣는 소리에 섞이다
아득한 옛날부터 있어 온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 속 아련한 무엇을 불러 보다
그래 이런 거지
거기에 가려거든 비님 오시는 날 가라는 것
어제 저녁 나절엔 변산 채석강을 이리저리
격포항에 켜지는 등대 불빛도 바라보고
변산 마실길이란 팻말도 만나고
관광지에 이는 바람에도 젖어보았지
떠돌며 살던 영혼들이 한 곳에 정착한 먼 옛날부터
가꾸고 가꾸어 만든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끝없는 안락함을 좇다가 지친 끝에
안락한 번거로움을 벗어버리고
떠돌던 시절의 자유가 그리워 이렇게들 나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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