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1. 12:11ㆍ충청
처음도 끝도 모르게, 쉬지 않고 흐르는 세월. 사람들은 세월의 허리에다 눈금을 그어 놓았다. 돌고 돌아 다시 떠오르는 아침해이건만 어제와 오늘 사이에 날이 바뀌고,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뀐다.
새로운 천년이라고 요란하게 부풀었던 2000년 1월 1일 아침해를 어떻게 맞았던가. 하루 전날, 가는 천년의 마지막 해를 보내던 일이 또렷하다. 마즈막재 언덕에 올라 잔을 나누면서 조용히 바라보았었지. 이튿날 계명산에 올랐었던가?
10년 전. 여기, 계명산 꼭대기에서 새천년 첫 10년 마지막 해님을 배웅하고, 잠을 자고, 새해 첫 해님을 맞이했었지. 지는 해님도 뜨는 해님도 아무 말씀이 없으셨지. 바라보는 마음속엔 말이 어떤 말이 있었던가?
다시 10년. 2020년 첫날. 10년 전 그 시각에 그 자리에 서다. 그때 금쪽처럼 빛나던 해님은 지금 두터운 구름에 가려 기척이 없다. 분명 저쪽 저기에 떠올랐을 것이지만 구름빛에 섞여 내비치는 어떤 낌새도 없다. 없는 듯 있는 해님을 마음 속으로 만나다. 있는 듯 없는 듯 떠오르는 해님처럼 있는 듯 없는 듯 가루눈이 날린다. 서설이다. 새해 첫 새벽에 10년 전 그 자리에 서서, 살그머니 흩날리는 가루눈을 맞으면서 마음 속 해님을 만나다. 마음 속으로 떠오르는 해님이 마음 속에 평화의 빛을 던지신다. 10년 전, 20년 전에 함께 했었고 지금은 순천에 계신 유 선생님과 통화. 최 선생님이 가지고 온 캔막걸리 한 모금씩 따라 건배.
샹그릴라.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이상향으로 그리는 세상. 샹그릴라는 티벳말로 '마음 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을 가진다고 한다. 마음 속에 해와 달이 떠오르면 평화로워지고 행복해진다는 말인가.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참 평화와 참 행복은 마음 속에 있다는 말인가.
오늘, 새해 첫 새벽, 계명산에 올라 마음 속 해님을 만나다. 평화와 평온과 희망을 생각하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던 충주시내가 훤해지다. 발걸음을 가볍게 되돌리다. 집에 와서 하얀 떡국.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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