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지 뒷산[제천 용두산]
2020. 10. 10. 22:06ㆍ충청
산의 형세가 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용두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곳곳에 있다. 부산, 인천, 이천, 진천 등등.
제천 용두산(873)은 제천의 진산이라고 하며, 산 아래에 의림지, 제2의림지, 솔밭공원이 있다. 캠핑장이 있고, 한방둘레길이 있고, 여러 유락 시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제천의 명소가 되었다.
2020년 10월 10일 토요일. 제천 족구장 길 건너편 솔밭공원. 1980년, 마을 사람들과 의용소방대 80여 명이, 아카시아나무를 캐내고, 손수레와 등짐으로 돌밭을 일구고, 주위 소나무들을 옮겨 심었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3개월 남짓 비지땀을 흘렸단다. 40년 세월이 흐른 지금, 아주 훌륭한 솔숲이 되었다. 소나무는 저마다 멋들어진 모습이고, 공기는 청정하고, 숲속은 신선하다. 이리저리 산책하는 사람, 서서 심호흡을 하는 사람, 팔다리를 뻗고, 꺾고, 돌리며 운동하는 사람, 용두산을 바라고 걷는 나그네.
솔밭공원 끝에서 제2의림지 제방으로 올라선다. 왼편 산기슭 물가, 나무 데크 산책로를 걷는다. 물도, 공기도, 날씨도 맑고, 시원하다. 저수지 둘레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청소년수련원 옆길로 산에 오른다. 올라서고, 올라서기를 거듭한 끝에 산마루(872). 사방을 둘러보며 숨을 고른 다음 한동안 내리막, 다시 오르내리기를 몇 번. 호젓한 산길에서 가을을 만끽한다. 피재점에서 골이천, 이어서 아까 그 저수지, 그리고 솔밭으로. 14Km쯤 되는 길이 가볍다. 늘 이렇게 가벼울 수 있을까. 의림지로 간다.
의림지엔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슬렁어슬렁. 허기도 때우고, 바람도 즐기고, 산그림자를 띄운 물빛에도 젖어 본다. 아, 이 좋은 가을볕. 저건 새털구름인가, 양털구름인가.
의림지: 삼한시대 또는 삼국시대에 제방을 쌓았다고 하며,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 상주 공검지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저수지로 알려져 있다. 제천(堤川)이라는 지역 이름이나 옛 이름들인 대제(大堤), 내제(奈堤), 내토(奈吐) 등이 모두 이 저수지와 관련이 있으며, 충청도를 호서(湖西) 지방이라고 할 때 기준이 되는 저수지가 바로 의림지라고 한다.
인색한 부자 시아버지, 착한 며느리가 등장하는 전설이 의림지에도 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탁발승을 문전박대한 부잣집이 망하고, 그 자리에 못이 생겼다는 이야기. 시아버지에게 봉변을 당한 스님에게 며느리가 몰래 쌀 한 바가지를 시주하고, 천둥벼락에 큰 비가 쏟아지고, 스님의 당부를 잊고 뒤를 돌아본 며느리는 그대로 굳어 돌이 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 거북바위를 돌려놓아 부잣집이 망했다고도 한다. 대한민국 곳곳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의 대강이다. 무얼 말하는 것일까.
오늘은 이렇게 걷는다.
제천 족구장/솔밭공원-제2의림지 한 바퀴-청소년수련원-산마루(873)-오미재-피재점-골이천-제2의림지-솔밭공원-족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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