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섬[여수 하화도]
2021. 10. 20. 23:25ㆍ전라
2021년 10월 20일 수요일. 여수시 하화도를 한 바퀴 돌다.
아침 여덟 시, 유선생님과 함께 백야도 선착장에서 배에 오르다. 아니, 바닷물이 이렇게 잔잔할 수가 있나. 사방 여러 개의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는 바다가 아니다. 아주 널따란 호수다.
배는 제도와 개도를 들렀다가 9시 좀 못 되어 하화도에 도착했다. 지척에 보이는 섬이 상화도란다. 화도, 곧 꽃섬은 두 개의 섬이 이웃해 있어 상화도, 하화도로 불리는 것이다.
하화도 선착장에 마을 유래비가 있다.
임진왜란 때, 인동 장씨 가족이 피난을 가다가 동백꽃과 성모초, 진달래가 만발한 이 섬을 발견하였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정착하였단다. 한편, 이순신 장군이 전선을 타고 봇돌바다를 향해 가다가 꽃이 만발한 이 섬을 보고 花島(꽃섬)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한다.
선착장에 내려서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잠깐 오르막 다음 완만하게 오르내리면서 작은 섬을 한 바퀴 도는 길이 호젓하고, 바닷물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유선생님께서, 달빛이나 햇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은 무엇이라고 하는지 아느냐고 하면서 '윤슬로'라고 하는 둘레길 이야기를 하신다. 윤슬. 지금 내려다보이는 저게 바로 윤슬이 아닌가. 지금 저게 그 생생한 아름다움이 아닌가. 잔잔한 물결 위에 여기저기 섬들이 떠 있는 바다 풍경을 보고 또 보면서 그저 감탄, 감탄, 말을 잃는다.
저기. 유선생님께서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가리키신다. 멀지 않은 물 건너 저곳에서 내일, 100% 우리 기술로 만든 우주선, 누리호를 발사한다고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근처 곳곳 출입이 통제될 예정이란다.
꽃섬. 여러 꽃들이 피었다 진 흔적들이 보이고, 꽃나무를 심고 있는 섬마을 청년들이 보이고, 제철을 맞아 여기저기 몇 송이씩 피어 있는 구절초 하얀 얼굴들이 보인다. 맑고, 밝고, 깨끗하고, 하얗게 빛나는, 작고 예쁜 몸짓들.
섬에 딱 하나 있는 마을에는 총 25가구가 모여산고 한다. 식당은 선착장 가까이에 있는 셋뿐이고, 오늘은 평일이라서 그런지, 마을에서 운영한다는 식당, 한 군데만 문을 열었다. 소박한 섬마을 밥상을 받았다. 할머니들께서 차려내시는, 척박한 섬마을 사람들이 살아온 내력이 녹아 있을 것 같은 밥상이다. 꽃나무를 심던 청년들이 들어오는 걸 보면서 일어선다. 곧이어 배에 오른다.
충무사와 순천왜성.
충무사와 순천왜성을 둘러보는 것으로 오늘 걸음을 마무리하다. 백야도선착장에서 백리쯤 거리, 순천시 해룡면 신성리에 있다. 충무사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곳이고, 순천왜성은 정유재란 때 왜장 소서행장이 쌓은 성으로, 서로 멀지 않은 이웃에 있다. 유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왜란 당시의 상황과 개화기 조선의 상황과 동학을 생각하고, 지금의 국내 정국을 생각하다. 토막말을 나누기도 한다. 일부 복원된 왜성 천수각이 있었던 자리까지 올랐다가, 저만치에 보이는 검단성을 바라보면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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