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산과 낙안읍성[순천]

2021. 10. 20. 23:01전라






2021년 10월 19일 화요일. 금전산에 오르고, 낙안읍성을 한 바퀴 돌다.

아침 11시쯤, 순천시 낙안읍성 주차장에서 유 선생님을 만나 함께 버스를 타고  두어 정거장 거리에 있는 불재에서 내렸다. 금전산 산길로 들어선다.

그간의 회포를 풀어내면서, 세상에 더없이 느긋한 마음으로, 더없이 느긋한 걸음을 옮기다. 쉬엄쉬엄, 사부작사부작. 좋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고, 사방이 훤하다. 황금빛 더해가는 낙안 들판이 참으로 예쁘게 내려다보인다.

굴이라고 하기엔 뭐한, 돌부처를 모신, 야트막하고, 깊지도 길지도 않은 바위틈 앞에 '구능수 유래'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저쪽 금강암 바유문에 있는 바위샘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하면서 읽어 본다.

옛날에, 처사 한 분이 이곳에서 도를 닦고 있을 때, 바위굴 옆 구멍에서 하루 세 끼 먹을 만큼의 쌀이 나왔단다. 어느날 손님이 왔고, 더 많은 쌀이 필요했기에 부지깽이로 구멍을 마구 쑤셨더니 쌀 대신 쌀뜨물만 나왔단다.

고성 화암사에 전하는 쌀바위 전설과 비슷한 이야기다. 설화는 민초들의 애환과 정서와 염원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무얼 말하는 걸까.

산마루(667.9) 돌탑을 배경으로 오랜만에 둘이서 나란히 선다. 먼저 와서 쉬고 있던 두 분 일행 중 한 분께서 기꺼이 셔터를 눌러 주신다. 고맙습니다.

산마루 턱밑에 금강암이 있다. 돌벽 일자집 처마밑에 極樂展 편액이 걸려 있다. '정숙'을 지켜 조용조용 둘러보다. 암자 옆에서 한 멋 하는 바위에 올라 날아갈 듯 멋들어진 건너편 바위를 바라보고, 볼수록 예쁜 낙안 들판을 또 내려다보다. 정말로 예쁘다.

바위문을 빠져나와 성북마을로 내려서다. 읍성 북쪽이라서 성북마을일 것이다. 읍성까지는 두어 걸음. 성안 골목을 거닐고, 성곽 위를 한 바퀴 돈다. 이 또한 좋다.

낙안읍성: 1397년(조선 태조 6년)에 흙으로 쌓았고. 1424년(세종 6년)에 규모를 키워 돌로 다시 쌓았으며, 정유재란 때 순천 왜성에 주둔하고 있던 왜적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었던 것을 1626년(인조 6년)에, 낙안군수로 있던 임경업이 복구하였다고 한다. 성벽 길이는 1,406m. 고창읍성, 해미읍성과 함께 온전한 모습으로 전해지는 3대 읍성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성안에는 지금도 민가가 있으며,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과 상점들이 있다. 사적 제302호. 예전에 읍성 코밑까지 차는 바닷물을 타고 왜구가 침입했다고 하니, 지금 저 들판은 간척지란 말인가. 읍성에서 바라보는 금전산이 볼수록 예쁘다.

오늘이 음력 9월 열나흗날. 자동차로 낭도대교를 건너면서 둥그런 보름달을 보다. 저녁 어스름에 다도해 바다 위에 큼지막하게 뜬 보름달. 여느 보름달보다 크게 보이는 것은 왜 그런 것인가. 유난하게 멋있어 보이고, 특별히 더 가슴이 울리는 것은 무엇인가.

저녁밥을 먹고 나서, 여수시 굴강 선소 유적을 둘러보다. 고려시대부터 배를 만들었고, 충무공 이순신이 거북선을 만들었고, 배를 수리했던 곳이고, 1986년에 대장간, 세검정, 군기고 등을 복원하였다고 한다. 사적 제3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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