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한 걸음[진안 구봉산]
2021. 7. 1. 22:07ㆍ전라
2021년 7월 첫날 목요일. 오늘은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구봉산(1,002)이다.
09시 20분. 아침 하늘이 벗어지면서 햇볕이 사나워진다. 잽싸게 숲속으로 들어선다. 시원한 그늘을 즐기면서 사부작사부작. 가파른 길을 오를 땐 마음이 느긋해야 한다. 한여름엔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온몸을 알뜰하게 쥐어짜는 의식에 몰두하는 일이다.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머릿속을 비우는 일이다. 그 자리에 산이 배어들 것이다.
1봉에 들렀다가 2봉, 3봉, 4봉. 4봉에 정자가 있다. 구름정에 올라 숨을 고르면서 물 한 모금. 4봉에서 5봉으로 건너가는 구름다리 길이는 100m.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이 두근두근,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내가 이렇게 겁쟁이였던가. 벌써 더위를 먹은 건가. 정신을 가다듬고 5봉을 지나고, 6봉을 지나고, 7봉에서 다시 작은 구름다리를 건너 8봉(780)으로 간다. 돈내미재라고 하던가. 해발 700m쯤 되는 고갯마루로 내려섰다가 9봉(1,002)으로, 수직에 가까운 비탈을 지그재그로 기어오른다. 이정표에 적힌 500m가 이렇게도 길단 말인가.
그렇지. 거리를 따질 일이 아니지. 한 걸음 한 걸음을 즐기자. 비지땀을 즐기고, 깊은숨을 즐기고, 푸른 바람을 즐기고, 푸른 숲을 즐기자.
9봉(천왕봉)에 올라 어슬렁어슬렁, 한참을 쉬었다가 천황사 쪽으로 길을 잡는다. 바랑재 갈림길에서 된비알을 엉금엉금 기어 내려와 처음 그 자리로. 한 바퀴 빙 돌아온 산등성이를 올려다본다.
구봉산 주차장(양명마을)-1봉-2,3,4,5,6,7,8봉-돈내미재-9봉(천왕봉/1,002)-바랑재-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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