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뫼길[원주]

2022. 1. 6. 21:49원주굽이길

 

 

202216일 목요일. 원주둘레길 중 구슬뫼길을 걷다. 산의 모습이 구슬처럼 보인다는 구슬뫼를 가운데 두고, 주산리-옥산리-대덕리를 거쳐 처음 그 자리로 오는 길이다. 도중에 구슬뫼 산등성이를 지난다.

 

호저면사무소 앞에서 출발한다. 면사무소와 초등학교와 농협이 이웃해 있다. 면 소재지 마을이 아주 작다. 두어 걸음에 마을을 벗어나 작은 고개를 넘어 중학교 앞을 지나고, 낚시터를 지난다. 전봇대나 나뭇가지에 매달린 꼬리표가 이정표인 셈이다.

 

낚시터를 지나 논둑길을 가다 보니, 나타나야 할 꼬리표가 보이질 않는다. 왔다, 갔다, 두리번두리번, 강둑으로 올라서니 꼬리표가 있고, 이정표도 있다. 그런데, 구슬뫼길이 아니고, 고바우길이다. 핸드폰에 담아온 지도를 본다. 저쪽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어떡할까. 아까부터 잠깐씩 헤매면서 이정표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그쪽으로 가자니 내키지도 않는다. 그래, 그냥 가보자.

 

둑 이래에선 원주천과 섬강이 합쳐지고 있다. 원주천에 놓인 나지막한 다리(세월교)를 건너 강기슭에 걸린 나무 데크 길을 걷는다. 꽤 긴 데크 길이 끝나는 지점, 강 건너 산비탈에 고바우가 있다. 충주시 앙성에 있는 벼슬바위와 거의 닮은꼴인데, 이름도 다르고, 전설도 다르다. 그쪽은 벼슬을 얻는 전설이고, 여긴 욕심쟁이 영감이 낭패를 당하는 전설이다.

 

오늘 간현까지 갔다 오기는 그렇고, 중간쯤에서 돌아선다. 아까 그 강둑에 왔다. 강둑을 따라 처음 거기까지 갈 수도 있고, 왔던 길을 되밟을 수도 있다. 되밟는 길을 택한다.

 

강둑에서 내려서서 아까 왔던 길을 되밟다 보니, 오솔길이 갈라지는 곳에 꼬리표가 보인다. 구슬뫼길 꼬리표가 확실하다. 왜 놓쳤던가. 그래 놓고 엉뚱하게 누구를 원망했던가. 갈리지는 길을 따라 언덕 위로 올라선다. 아래, 가까운 곳에 외딴 식당이 보인다. 배를 채우니 새로운 힘이 생긴다. 그래. 가보자.

 

옥산교 다리를 건너고 대덕교를 건넌다. 섬강 강둑을 걷고, 구슬뫼 산길을 걷는다. 섬강 풍경이 좋다. 물과 산이 깨끗해 보이고, 마른 풀잎에 뒤덮인 널찍한 늪이 눈길을 끈다. 두루미들이 긴 다리로 서서 어정거리고, 원앙과 청둥오리들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닌다. 다리 기분이 좋다. 오늘 좀 걸었나. 19.4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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