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자락길[치악산둘레길6]

2021. 8. 12. 22:04원주굽이길

2021년 8월 12일 목요일. 88번 지방도 신림터널을 지나자마자 물안동에 자동차를 세워 두고, 섬안이로 가는 (원주)시내버스를 타다. 치악산둘레길 6코스, 매봉산자락길을 걷는다. 황둔하나로마트에서 석기동까지 14.3Km.

황둔하나로마트에서 황둔초등학교까지 300m쯤, 다시 황둔천 둑방까지 100m쯤. 이후 1Km쯤은 둑방길. 왼쪽은 황둔천이고 오른쪽은 논밭이다. 개울에 흐르는 물은 많지 않으나 캠핑장은 만원이다. 물안동에서 88지방도로를 따라 내려오면서도 봤지만, 산골짝 황둔천에 캠핑장이 꽤 여럿이고, 펜션과 음식점들도 그렇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산 좋고 물 좋은 여름철 휴양지가 황둔을 지나 강림 쪽으로도, 주천 쪽으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한스캠핑장에서 자동차도로를 건너 매봉산 자락으로 들어선다. 황둔자연휴양림, 청소년수련원, 피노키오캠핑장이 크게 한 덩어리를 이루며 들어선 골짜기. 캠핑장을 벗어나면서 석기동까지 10Km쯤은 임도. 매봉산(1,095) 자락을 구불구불 오르내리는 길이다. 초급, 중급, 상급으로 구분한 산악자전거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들이 보이고, 매봉정, 물안정 쉼터도 있다. 숲이 우거진 산속이지만 임도를 덮는 그늘은 띄엄띄엄하고, 은근한 오르막도 더러 있지만, 세상을 벗어난 산길이다. 세상을 벗어난 걸음은 구름에 달 가듯 가볍게 흐른다.

입추, 말복 지나고, 처서를 앞둔, 아직은 여름. 가을을 준비하는가. 햇빛 따가운 숲속이 조용하게 요란하다. 맴맴, 하는 매미 소리야 옛사람들이 그렇다고 가르쳐주었지만, 어떻게도 옮겨 적을 도리가 없는 온갖 풀벌레들 소리가 조용하게 요란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오로지 제 할 일을 한껏 하는 소리들이 아닐까. 조용하지만 힘이 넘치는 싱싱한 소리. 요란하지만 질서를 갖춘 듯한 소리. 저마다 제소리를 내면서도 아름답게 어울리는 저 소리. 적막한 산속이 요란하게 조용하다.

아무 생각 없이 땀을 흘리는 사이에  한 주일 동안 몸과 마음에 쌓인 찌꺼기가 좌~악 빠져나간다. 한 톨도 남지 않고. 자동차도로에서 400m쯤 산속에 들어앉은 석기동엔 숲에 싸인 산촌의 적막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