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16. 21:38ㆍ경상
6.25 때, 가족을 모두 잃은 김해옥(정해옥?) 할머니가 대웅전 뒤편 굴속에서,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하면서 살고 있었다.
가끔 올라와 기도를 방해하는 아이들에게, 어흥~, 하는 호랑이 울음소리로 호통을치곤 하던 할머니를 호랑이 할머니라고 했다. 옛날에, 굴속에 실제로 호랑이가 살았었다고 한다.
호랑이절. 김천시, 고성산 기슭에 있는 정심사의 옛 이름이다. 1945년에 지어졌고, 1974년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2024년 2월 16일 금요일. 하늘은 맑고, 바람은 부는 듯 마는 듯, 온몸을 감싸는 봄기운에 가슴이 설렌다. 그동안 많이 움츠리고 있었던가. 정심사 애래 쪽 작은 주차장에서 걸음을 뗀다.
정심사 옆에 둘레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고, 고성산 마루로 올라가는 산길이 갈라진다. 편도 4Km 남짓하다는 둘레길로 들어선다. 아니, 저건 양석이 아닌가. 둘레길을 만들면서 그럴듯한 돌을 발견한 사람이 옛 민속을 생각하면서 세워둔 것이리라. 머리띠처럼 줄도 묶어 놓았네. 몇 굽이 지난 곳에서 마음을 바꾼다. 그래, 위로 올라가자.
산불 감시 전망대에서 물 한 모금 하고 간다. 구불거리는 산등성이 양옆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좋다. 이쪽엔 냇물이 흐르는 들판, 이쪽엔 하얗게 들어선 김천 시내. 산마루 못미처 봉수대 터에 고산정, 정자가 있고, 산성이 있었음을 알게 하는 설명이 있다. 산마루에서 보는 김천 시내 모습이 깨끗하고 시원하다. 참 예쁘다.
7.42Km. 계명산 눈길을 걸었던 게 한 주일 전이건만, 산길이 엄청나게 오랜만인 것 같은 이 느낌은 무엇인가. 사부작사부작, 한껏 여유를 부린다. 아, 봄이 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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