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0. 23:14ㆍ충청
2024년 6월 10일 월요일. 창룡사 입구에서 약모밀꽃을 보다. 물고기 비린내가 난다고 하여 '어성초(魚腥草)'라고도 하는 식물이다. 냄새는 그렇다고 치고, 하얗게 핀 꽃이 단정하게 보인다. 충주시 직동(곧은골), 남산 자락이다.
저녁나절에 숲을 찾아 산책을 나선 길이다. 오랜만에 찾은 창룡사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예스럽고 초라했던 전날에 비하여 갓 지은 듯 번듯한 절집들과 넓어진 마당, 높직한 축대.
다층청석탑 앞에 쪼그려 앉아 본다. 다층탑이라고는 하나 보통의 어른 키에 한참 못 미치는 크기이고, 화강암 기단에 점판암 탑신이 올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희귀한 탑이라고 한다. 문화재 자료이고, 고려 때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안내판 설명이다. 모악산 금산사에서, 가야산 해인사 원당암에서, 또 어디에선가 이런 탑을 본 적이 있고, 대구 동화사 염불암, 원주 보문사에도 있다고 한다.
햇빛은 맑고, 숲은 푸르고, 좁은 골짜기 바람줄기는 한 올 한 올 지나간다. 번듯한 절집과 말쑥한 마당. 약수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고, 다시 다층청석탑 앞에 쪼그려 앉는다.
충주 창룡사:
신라 고승 원효가 충주 지역 객주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꿈속에서, 청룡이 여의주를 물고 희롱하는 것을 보았다. 그를 바라보며 쫓아가다가 목이 몹시 말라서 물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는데, 아리따운 아가씨가 나타난다. 표주박에 물을 떠 주면서, 이곳이 참 좋지요? 한다. 물맛이 꿀맛이었다.
꿈속에서 만난 여인을 관세음보살의 누님으로 여긴 원효는 주변에 좋은 절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곳저곳 살피면서 다니다가 꿈에서 본 자리를 발견하였고, 그 자리에 절을 세웠고, 꿈에서 청룡을 보았기에 '창룡사(蒼龍寺)'라고 하였다.
고려 나옹화상, 조선 서산대사 등이 절집을 고쳐지었다고 한다. 1870년, 충주목사 조병로가, 화재로 소실된 관아 건물을 다시 지을 때, 지금의 석종사 자리에 있었던 죽장사와 창룡사 절집을 헐고, 그 목재와 석재로 관아와 읍성을 재건하고 복원하였다고 한다. 그때, 죽장사는 완전히 망했고, 창룡사는 규모가 줄어드는 선에서 끝났다고 한다. 지금 지현동에 있는 대원사 절집도 창룡사에서 가져온 목재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 새로 지은 극락보전, 산신각 등 5~6채의 절집이 있고, 관세음보살상, 고려 때 것으로 보는 다층석탑, 탱화 등 유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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