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향나무[충주]

2024. 9. 23. 13:41충청

2024년 9월 22일 일요일 오후. 충주시 대소원면 문주리 팔봉 강가 향나무 아래에 앉았다.

팔봉 향나무

어제 내린 비로 불어난 강물을 바라본다. 엷은 흙탕물이 힘차게, 묵직하게 흐른다. 뭉게뭉게 흰구름 이는 하늘은 높고 푸르다. 햇빛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다. 오늘이 추분인가. 엊그제까지 그렇게도 뜨겁더니, 하루이틀 사이에 한풀 꺾이는 걸 본다. 자연이다.

족대를 들고 저 강물에 들어가 첨벙거리던 때를 그려 본다. 물도 맑고, 물고기도 많았었지. 꺽지, 모래무지, 참매자, 꾸구리, 돌고기, 동자개 ...

눈을 돌려, 갓을 쓴 쏘가리가 살고 있다던 귓돌바위를 바라보고, 물 건너 옥녀봉을 바라본다. 삿대를 저어 물을 건너고, 옥녀봉 꼭대기 바위 봉우리에 올랐던 일이 아련하게 또렷하다.

배를 건너면서 삿대를 한번 내리치면 물고기 한두 마리가 허옇게 떠올랐었다. 옥녀봉 바위 아래 자리를 잡고, 마른 나뭇가지로 불을 피워 라면을 끓이고, 삿대를 쳐서 잡은 몇 마리 물고기를 구워 먹었다. 국민학교 때인가, 아니면, 졸업 후 한두 해쯤 됐었을 것이다.

어떤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꺼냈다가 뻥쟁이라고 놀림을 받던 일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몸소 경험한 일을 입에 올렸다가 그렇게 몰렸던 적이 더러 있었다. 삽시도 밤바다에서 조개가 물 위로 솟구쳐 물을 찍 뿌리면서 저만치 날아가는 것을 보았었고, 어떤 행사에 참여해서 염소똥 자루를 메고 심항산 봉화터에 올라 연기를 피우던 일 등등. 아무리 애를 써도 믿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앞으로도 그렇겠지. 진짠데.

오랜만에 윤수와 함께 나왔다. 목도, 하문리, 조곡리를 거쳐 매산, 숯골로 가는 길이다. 하늘 맑고, 산빛 맑고, 산들바람도 맑고 시원하다. 이 맑은 하늘 아래 앉아 있는 나는 어떤가. 우리 사는 세상은 어떤가.

- 문주리 팔봉 향나무.
- 충주시 보호수 제17호
- 1982년 11월 보호수 지정 당시 수령 410년으로 추정했다니까 2024년 9월 현재 450년이 넘은 셈이다. 당시 나무 높이 11m. 줄기 둘레 150Cm. 나무 밑에 푯돌이 있다.

- 어릴 적 우리 마을, 매산에도 저런 향나무가 있었다. 집집마다 제사 때 쓰는 향이 그 향나무에서 잘라 온 것이었으리라. 제삿날이면 향나무 가지 한 덩이를 들고 연필 깎듯 창칼로 깎아서 향합에 담던 일이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엔 마을마다 그랬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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