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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산 푸른 바람[홍천 팔봉산]
2024년 5월 10일 금요일. 홍천 팔봉산 바위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다. 멀리도 가까이도 사방이 온통 푸른, 신록의 바다를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고 바라보다. 봉우리마다 감탄 감탄 감탄. 8봉 소나무 그늘 바위 바닥에 앉아 김밥을 먹다. 시리도록 푸른 세상, 시리도록 시원한 바람. 바람결에도 푸른 물이 배었다.먼 옛날 중국 어떤 사람이 읊조렸다던가. - 강과 산 바람과 달은 본래 주인이 없고 오직 한가로운 사람이 그 주인이다. 어떤 사람이 한가로운 사람인가. 한가로울 수 있는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한가로울 수 있는 사람인가. 한가로움을 아는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한가로움을 아는 사람인가. 한가로움이란 어떤 것인가. 살랑바람이 쉬지 않고 얼굴을 온몸을 간질인다. 아득한 옛날 어떤 사람, 노자라고 하던가...
2024.05.10 -
4.10총선도보[하늘재]
벚꽃. 온통 벚꽃 천지다. 산에, 들에, 길가에, 가는 곳마다 환하게 빛나고, 눈부시게 부풀어오른다. 연기처럼 번지는 연둣빛 바다에 점점이, 도로 양옆으로 길게, 하얗고, 환하다. 보석 떨기처럼 눈부시다. 이리저리 걷는다. 이리저리 쏘다닌다. 어디를 가나 벚꽃이고, 벚꽃이고, 벚꽃이다. 하염없이 바라보고, 바라보고, 바라본다. 나를 잊고, 세상을 잊는다.2024년 4월 10일 수요일. 22대 총선 도보는 벚꽃 잔치에 몸을 던진다. 수안보 벚꽃 거리, 미륵리에서 하늘재로, 송계에서 내사로 이어지는 충주호 물가 길.수안보에서 아홉살이 골짜기를 다녀오고, 하늘재에서 포암산 베바위를 바라본다. 백두대간 대미산을 바라보고, 여우목 고개를 바라본다. 주막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떠들고, 웃는다. 찻잔을 앞에 두고..
2024.04.11 -
만지산[정선]
마을 어르신께서 말씀하신다. 갈라지는 산줄기가 많다는 뜻, 그래서 만지산(萬枝山 716.2)이다. 강원도 정선군 동강 가에, 백운산 이웃에 있는 산이다. 까탈스럽게 말하자면, 동강이라는 이름을 갖기 직전, 조양강 가에, 라고 해야겠다. 그렇지만, 그냥, 동강이라고 해야겠다.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경이 펼쳐지는 곳. '청정'의 대명사 '동강'. 2024년 3월 27일 수요일. 대한민국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강 풍경이 얼마나 있을까. 신동읍 제장리에서 강물을 옆에 끼고 거슬러 올라가는 길. 그 청정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할 말이 있을까.그렇게 올라가다가 귤암교를 건너고, 윗만지 마을로 갈라지는 길가에 자동차를 세우다. 윗만지 마을 뒤에서 숲속으로 들어서다. 가파른 비탈을 헤집어 산등성이에..
2024.03.27 -
거석문화 정령신앙[안동 와룡산]
천하를 평정하고 돌아온 용이 편히 누운 자세를 취하고 있어 와룡산이라고 한다. 물이 많아 수다산이라 했었고, 황룡이 안동호 물을 만나 세상을 평정한다고 하여 황룡도강지, 명당이라고 한다.2024년 3월 1일 금요일. 따뜻하던 날씨가 바람과 함께 차가워진다. 하늘은 맑다. 안동 와룡산을 걷는다. 주차장-노적봉-용두봉-까투리봉-안동호, 일월산 조망-산지당 왕복-주차장. 8.67Km. 듣던 대로 옛날이야기가 많다. 산등성이를 따라 기이한 바위들이 흩어져 있고, 선사시대부터 형성됐다는 거석문화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옛사람들이 곰, 나무, 돌, 태양, 달 등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던 정령신앙(애니미즘)의 현장이라고 한다. 걸음 순서대로, 대충 간추려 보자.할매소원바위. 다산과 풍요를 비는 의례 행사의..
2024.03.01 -
눈을 밟다[충주 계명산 임도]
처음부터 끝까지 하얀 눈이 펄펄 날린다. 송이송이 허공에서 나부낀다. 온 산이 하얗고, 나뭇가지마다 목화솜이 부풀어 오른다. 충주호 물빛은 검은빛인가 맑은 빛인가. 차가운 빛인가 더운 빛인가. 안개는 묽은 건가 짙은 건가. 아니, 안개인가 구름인가. 건너편 산빛은 하얀 건가 검은 건가. 2024년 2월 25일 일요일. 눈발 날리는 날에 충주 계명산 임도를 걷다. 휴양림에서 용탄동 용골까지 왕복하니 13.06Km. 오랜만에, 푹푹 빠지는 눈밭을 하염없이 걷는다. 마음은 제멋대로 흘러 어느 곳에 머무는가. 흰 눈은 펄펄 방바닥은 따끈따끈 화로 위에선 보글보글 탁 털어 넣은 건 혀에 착착 감기는가 깊은 곳으로 스미는가
2024.02.25 -
호랑이절[김천 고성산]
6.25 때, 가족을 모두 잃은 김해옥(정해옥?) 할머니가 대웅전 뒤편 굴속에서,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기도를 하면서 살고 있었다. 가끔 올라와 기도를 방해하는 아이들에게, 어흥~, 하는 호랑이 울음소리로 호통을치곤 하던 할머니를 호랑이 할머니라고 했다. 옛날에, 굴속에 실제로 호랑이가 살았었다고 한다.호랑이절. 김천시, 고성산 기슭에 있는 정심사의 옛 이름이다. 1945년에 지어졌고, 1974년에 등록되었다고 한다. 2024년 2월 16일 금요일. 하늘은 맑고, 바람은 부는 듯 마는 듯, 온몸을 감싸는 봄기운에 가슴이 설렌다. 그동안 많이 움츠리고 있었던가. 정심사 애래 쪽 작은 주차장에서 걸음을 뗀다.정심사 옆에 둘레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고, 고성산 마루로 올라가는 산길이 갈라진다...
202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