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백화산]

2008. 2. 27. 08:53충청

 오늘은 한 나절은 돼서, 방에 뒹구는 근제를 데리고 백화산엘 다녀왔습니다. 터널이 뚫린 후 처음 가 보는 이화령 옛고개엔 뜻밖에도 자동차가 꽉 차 있었고, 옛 휴게소도 ‘이화령산장’이란 이름으로 옛 모습 그대로더군요.


이화령에서 백화산까지, 역시 백두대간 길이지요. 속리산 형제봉에서 태백산 도래기재까지의 대간 길을 머릿속에 그려 봤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하얗게 펼쳐지는 눈도 있었고, 줄기차게 쏟아지는 빗줄기, ‘푸른 숲에 내리는 푸른 비’도 있었지요. 범벅이 되었다가 절어 붙은 땀 냄새는 맑은 공기 속에서 향기로웠지요. 악휘봉 밑에서 허리까지 차는 눈에 쫓겨 왔던 일, 저수재에서 민박하던 일 등 기억에 남는 일이 꽤 있군요.


이화령에서 시작하여, 첫 번째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면서부터 한 동안 밤을 주워 먹었습니다. 그곳엔 송이 대신 알밤이 있었어요. 윤이 반들반들 나는 알밤이 지천이에요. 한 움큼 주워서는 걸어가면서 계속 까먹었지요. 맘먹고 줍는다면 금방 배낭을 채웠을 거지만 그냥 갔습니다.


처음 알밤을 줍던 곳하고 백화산 정상 가까운 곳하고를 빼고는 다른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호젓하다고 할까, 오랜만에 능선을 걷는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역시 대간인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도래기재 그 다음이 궁금해지는군요. 최랑께선 23일 대사가 있고, 저는 30일에 부안을 가볼까 합니다. 적당한 날 잡아서 술이나 한 잔 하다 보면 뭔가가 나올 듯합니다만.


2005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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