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7. 09:00ㆍ마라톤
11월 13일, 충주중학교 유병귀, 신종선, 김하식 선생님, 충주공고 최광옥 선생님과 함께 안성맞춤마라톤대회에 다녀왔다. 공동출전으로는 2005년을 마무리하는 대회였는데 여러 가지가 좋았다. 바우덕이로 유명한 안성남사당패의 식전 공연은 귀한 볼거리였다. 여섯마당 중, 풍물과 버나를 약간 선보이는 정도였지만 본고장에 와서 구경을 하면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대회 구간과 출발점이 한적한 곳이어서 좋았고, 날씨까지 좋았다. 완주 후에는 잔치국수, 두부김치, 막걸리, 돼지찌개 등 먹거리로 입이 즐거워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칠장사를 들른 것, 자연버섯찌개와 소주로 차린 뒤풀이까지 모든 게 안성맞춤이었다.
칠장사는,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칠현산 기슭에 있는 오래된 사찰이다. 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하며, 11세기 무렵에 혜소국사가 일곱 명의 악인을 바른 길로 인도하였다고 해서 산 이름을 칠현산(七賢山)이라고 하였고, 그렇게 거듭난 일곱 현인이 오래 머물었다고 해서 절 이름을 칠장사(七長寺)라고 했단다. 홍명희 소설 ‘임꺽정’에서 갓바치 스님인 병해대사와 일곱 도둑님 얘기, 궁예가 유년기를 보냈다는 이야기, 어사 박문수가 위 일곱 현인의 화신이라고 하는 나한전에 기도를 드리고 장원급제를 했다는 이야기, 국보 296호인 오불회 괘불을 비롯한 여러 문화재 등등 깊은 내력을 품고 있는 절이 주변 산세와 경관 속에서 그윽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경내에 있는 애기단풍과 은행나무, 절집 뒤에 우거진 붉은 단풍 숲, 잎 떨어진 나무들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도열해 있는 칠현산 능선, 빨간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감나무 등 늦가을 정취가 절정이다.
도보사랑.
충주에서 울진, 충주에서 만리포까지 장거리 ‘도보여행을 함께 한 사내 넷’이란 의미로 ‘도보사랑(徒步四郞)’이라고 했다가,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도보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바꾸었다. 도보사랑 회원이 되는 데는 구속 요건이 없다. 관리자를 비롯하여 단골로 글과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누구나 격의 없이 어울릴 수가 있다. 답사한 이야기를 올려놓는다든지, 올려놓은 글에 댓글을 달아보는 것, 방문 소감을 남기는 것도 환영 받는 일이다. 가끔은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함께 도보여행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를 함께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걷는다는 것, 꼭 두 발로 길을 간다는 것만이 아니라, 세상에 나서 살아가는 일 자체가 어떤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살리는 것, 소유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서로가 주고 받는 것, 아끼고, 위해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하는 것, 일방적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고 한 어떤 이의 말씀에 공감한다. 나를 위해서 너를 사랑한다. 너를 위해서 나를 사랑하라. 도보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산과 물, 풍물과 사람들을 사랑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온갖 애환을 엮어가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그러면 그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나도 너를 사랑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걸어서 여행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산에도 오르고 하면서 스스럼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이 곳 도보사랑을 사랑한다.
(20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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