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7. 09:09ㆍ마라톤
4월 9일 일요일. 어제 낮과 밤에 걸쳐 경보가 내려졌던 황사가 걷히기 시작한다. 구름과 햇빛과 빗방울이 뒤섞이는 예산 들판을 뛰었다. 예산벚꽃마라톤대회. 하프대회다. 들이 참 넓다는 느낌이 새삼스럽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벚꽃을 겨냥했는데, 제대로 맞지 않았다. 그러나 꽃이 피어야만 맛인가, 어디. 터지기 직전의 봉오리들을 잔뜩 달고 있는 길가 벚나무 가지들은 팥죽 솥에 한번씩 빠뜨렸다가 건져낸 것처럼 불긋불긋한 빛깔인데, 막 터지려는 듯, 보면 볼수록 생기가 가득하다. 꽃이든 잎이든 벌어지기 직전에 좋은 기운이 가장 많이 모인다던가?
황사인가, 엷은 안개인가, 봄빛의 마력인가. 먼데 산에 드리워진 저 연기는 신선들이 사는 세계에 은근히 감도는 무엇같고, 실버들 가지들은 연한 녹색을 띠고 늘어져 바람결에 살랑인다.
‘아산만과 천수만 바다를 위아래에 두고, 금북정맥의 가야산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펼쳐진 열 고을’을 합쳐 ‘내포지방’이라고 한다. 해미, 결성, 태안, 서산, 면천, 당진, 홍주, 덕산, 신창 그리고 예산이다. 예산에는 수덕사와 충의사, 추사고택, 남연군묘, 덕산온천, 임존성, 예당저수지가 있다. 그리고 덕산면에는 보부상유품전시장이 있다.
힘껏 달린 후, 맥주 시음장에서 시원하게 한 잔 한 다음에 주체 측에서 제공하는 국밥을 먹었다. 소주회사 광고 행사에 줄을 서서 화살도 쏘아 보고, 다시 줄을 서서 맥주를 또 한 잔. 저쪽으로 가니 막걸리 시음장이 있어 쭈~욱, 캬~. 그리고 덕산 온천욕. 목욕탕 안에는, “원수[原水]를 데우거나 식히지 않고 그대로 쓴다.”고 쓰여 있다. 오는 길에 병천순대까지. 동면(冬眠) 후 첫 출전, 분위기 좋은 잔치였다.
(200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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