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길이 있었다[CCS충주마라톤]

2008. 2. 26. 09:05마라톤

태초에 길이 있었다.

길 위에 하나의 영혼이 떨어졌다. 떨어져서 걸음을 시작한다. 이어지는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길은 하나가 아니다. 곧은 길, 굽은 길, 갈라지는 길, 만나는 길, 서로 어긋나는 교차로‥‥‥. 수많은 길들이 나 있다. 보면 볼수록 더 많은 길들이 보인다. 어쩌다 새 길을 만들어 보기도 하지만, 이미 있던 길을 찾아내는 기분이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는 채, 수많은 영혼들이 수 없이 얽히고설킨 길 위를 걷는다. 찻길도 있고, 산길도 있고, 물길도 있다. 보이는 세상에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도 길이 있다.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길들이 얼기설기, 유유히, 줄기차게 이어진다. 숱한 영혼들의 발길을 싣고서.

내가 가는 길이 있고, 네가 가는 길이 있으며, 함께 가는 길이 있다. 가야 할 길이 있고,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있다. 만나는 길이 있고, 헤어지는 길이 있다. 걸어야 하는 길, 기어야 하는 길, 뛰어야 할 길이 있고, 쉬어 가야하는 길이 있다. 뛰든, 걷든, 쉬었다 가든, 만남이든, 헤어짐이든, 막힘이 없이 걷는 자를 ‘도사(道士)’라고 하자. 세상길의 이치를 깨친 도사. 예전에 필수이던 수염은 이제 옵션으로 하자.

인생은 나그네길이라고 했던가? 나그네는 늘 길을 걷는다. 세속의 길, 비속의 길. 발로 걷는 길, 머리로 걷는 길, 가슴으로 걷는 길, 눈으로 걷는 길. 자면서도 걷는 꿈속의 길까지도. 나그네 가는 길에 길은 있다. 눈비비고 보면 그 길이 보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길이 있다.

모든 길은 통하게 되어 있다.[窮卽通]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막히면 찾아라! 거기에 길이 있다!

그런데 이건 또 뭔 말인가? 

道可道非常道

 -길을 길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길이 아니다?
                                                                       <제1회CCS충주마라톤/42.195Km/200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