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7. 10:01ㆍ강원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나옹선사의 말씀이란다.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라.
세상 모든 번거로움을 벗어 버려라.
‘그러면 그게 인간이냐?’
가리왕산으로 난을 피한 갈왕(葛王)은
어떤 마음으로 성을 쌓았고, 어떤 나날을 보냈고, 어떤 삶을 살았을까.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라면 삼국 이전 부족국가 시절.
내가 살고 있는 충주는 마한(馬韓)의 옛 땅이라고 한다.
요전에 걸었던 김천이나 상주나 거창엔 가야(伽倻) 적 여러 나라 얘기가 전한다.
사람 체온을 육박하는 더위 속을 달렸던 삼척에는 마한(馬韓)의 어떤 왕국 얘기가 있다.
우리가 숨쉬고 있는 지금, 2006년 8월에 그런 얘기가 뭔 얘길까.
‥‥‥.
장화를 신고, 작업복에 모자를 쓰고, 괭이를 든 심마니 둘을 만나 몇 마디 주고받는다.
그냥 걸었던 하루.
산이냐 길이냐는 개념 없이 나서서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본 산길.
정선 가리왕산. 하봉-중봉-상봉-회동 계곡-심마니교(휴양림)-휴양림 입구.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그 순간을 누리기 위해 많은 걸 제처 두고 여기저기를 걷는 사람들.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상을 벗어나서 누리고자 하는 무엇들.
무지하게 많은 길. 어느 누구도 그 얼개를 온전하게 알 수 없는 길. 나서라. 시야가 좁았다고 부끄러워하지 마라. 지금 그 위치, 지금 알고 있는 그 만큼, 지금 갖고 있는 그 만큼, 그대로를 소중히 여기고, 그대로에 만족하라. 주저하던 모든 것들은 내딛는 발걸음 밑에서 기분 좋게 날아갈 것이다. 어떤 힘을 얻을 것이다. 삶의 원리를 얻을 것이다. 그게 인생이다.
(200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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