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7. 10:52ㆍ충청
2007년 12월 19일 수요일.
목도 매운탕을 먹으러 간다.
걸어서 간다.
09:30. 광진리에서 출발한다.
조곡마을을 거쳐 지문이 다리를 건널 때까지 안개가 해를 가린다.
저 산 나뭇가지들은 흐르는 안개를 붙들어 하얗게 앉혀놓고 있다.
다리를 건너니 해님이 희멀건 모습으로 늦은 인사를 한다.
온몸에 스치던 한기가 가신다.
강가로 이어지는 길이 호젓하다.
하문리 마을 앞에서 강변으로 들어선다.
길게 이어지는 갈대숲이 볼만하다.
졸아붙어 좁게 흐르는 물길과 물가에 좍 깔린 조약돌.
길게 이어지는 갈대숲에 섞여 열세 사람이 이리저리 나부낀다.
강바람은 없고 햇볕은 따사롭다.
장군이 많이 났다는 잉어수 마을 이야기
박사 마을 이야기
저기 보이는 괴담서원 이야기가
귓전에서 바람결인 듯 너울진다.
감물에서 목도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자동차가 이따금 오고간다.
드디어 매운탕.
목도강변 매운탕집에 들어앉아 수다를 떤다.
배꼽이 교대로 빠졌다 들어간다.
더없이 한가하고 더없이 여유롭다.
모두들 의외로 생생하여 더 걷기로 한다.
목도 마을을 제쳐두고 논둑길을 걷는다.
널찍한 벌판이 좋고 다정한 햇빛이 좋다.
파란 하늘에까지 퍼지는 맑은 공기가 좋다.
떠들고 웃으면서 걷는다.
그렇게 어울리는 한 무리가 좋다.
남창 마을을 지나 계속 걷는다.
단풍 마을에는 집이 두서너 채.
고등학생 하나를 겨우 만난다.
숯골로 넘어가는 옛길을 물어보나 역시나 모른단다.
어른들은 마을 밖으로 일을 보러 나가셨단다.
어림짐작으로 짚어가는 산길이 쉬울 까닭이 없다.
낙엽 쌓인 산비알과 씨름하며 농을 주고받으며 웃어댄다.
어느새 산을 넘었고 숯골 마을 앞 삼거리다.
궁골 고개까지 걸어와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또 히히댄다.
하늘엔 반달이 허옇게 떠 있다.
서성이는 얼굴들에 오늘 하루 걸어온 길이 그림자진다.
17대 대통령을 뽑는 날.
한동안 들끓던 시시비비에 초월하고 싶었지만 가끔은 휩쓸렸던 마음들.
잠시나마 세월을 벗어보자고 이렇게 나왔다.
매운탕을 생각하고 산과 물과 햇빛과 맑은 공기를 마셨다.
그렇게 그냥 걸었다.
최, 이, 윤, 이, 신, 이, 임, 최, 임, 박, 차, 곽, 이.
괴산군 장연면 광진리(09:30) ― 조곡리 ― 감물면 하문리 ― 이담리 ― 불정면 목도리 ― 매운탕 ― 창산리 ― 단풍리 산골마을 ― 산속 ― 충주시 이류면 탄용리 삼거리(17:00) ― 궁골고개에서 시내버스 ― 충주시청 앞 수가성(18:30)
(200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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