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7. 10:59ㆍ충청
정월 초하루.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 세배를 하고 덕담을 나눈다.
고향이라 마을길을 이리저리 서성이며 옛 명절을 그려본다.
옛날 그 하늘 그 산천이로되 설맞이 풍경은 그게 아니어라.
이 집 저 집 무리지어 오가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나?
숲과 내와 고샅길도 달라졌는가?
허허로운 가슴 한쪽을 쓰다듬어본다.
그래도 옛 정경이 싹 가신 건 아니다.
이웃집 할머니께서 안주 접시 곁들여 내놓으시는 건
용수 박아 걸러낸 맑은 술이로다.
술 맛 안주 맛 상차림 그 맛에 설 맛이 깃들여 있구나.
기분 좋은 명절이다.
자동차를 보내 놓고 옛길을 더듬어 본다.
매산에서 달은터[月隱]를 거쳐 풍동으로 간다.
그 다음엔 단월 모시래 문화동 연수동이다.
매산 서당골 뒷산.
옛 사람들의 발자국을 찾아 오르니 고개마루에서 해가 진다.
이리저리 뻔한 길이나 고개 너머는 그게 아니다.
나뭇가지 가시덤불 요리조리 헤쳐 달은터 마을.
명절을 맞은 산촌 마을, 몇 집 안 되는 작은 마을.
추녀 밑 창 밖으로 내비치는 은은한 불빛이 아늑하다.
그냥 가기가 섭섭한데
고갯마루 못미처에 절[월계사]로 가는 길이 있구나.
어둔 길을 더듬어 가다보니 빛이 보인다.
산 속 온돌방은 따끈따끈한데 주지 스님은 출타중이시다.
연만하신 보살님께서 녹차를 내 놓으신다.
고맙습니다.
차 한 모금 산속 공기 한 모금에 몸은 한결 가벼워진다.
고개를 넘어 산길이 끝날 때까지 노래를 부르며 걷는다.
노랫소리의 흠은 오로지 산만이 알 것이다.
산은 그 흠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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